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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Oct 05.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8.

퇴사하면 잃는 것들


실체 없는 두려움은 증폭된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걱정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종이에 적어서 들여다보라고.


걱정거리들을 눈앞에 대면하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들도 있고, 해결책을 구상하기도 쉽다나.






퇴사에 따르는 근심 걱정을 써보기로 했다.


가장 처음 떠오른 것은 건강보험이었다.


아이도 내 밑으로 건강보험이 들어가 있는데, 말로만 듣던 건강보험 폭탄을 내가 맞는 건 아닌지.


다행히 인터넷을 찾아보니 <임의계속 가입자>라는 제도가 있어 퇴사자도 36개월간은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와 있었다.


3년짜리 인공호흡기군. 그 안에는 떼어내야 할 텐데.






그다음은 대출 문제였다.


지금 갖고 있는 대출은 퇴직금으로 갚으면 되겠지만, 혹시 갑자기 대출이 필요해지면?


부동산을 구입할 때나 사업 용도로 자금이  필요할 때 꼬박꼬박 돈을 잘 갚을 것 같이 보이게끔 해주는 대기업의  재직서류와 소득서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니.


정 안되면 소득 있는 남편에게 부탁해야 하겠지만, 분명 엄청나게 따지고 들게 분명하다.


감수하든가, 얼른 소득을 만들든가.






세 번째 걱정은 의외로, 인간관계의 단절이었다.


지금은 출근만 하면 직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잡담을 나눌 사람들, 경조사가 뜨면 축하하고 슬퍼해줄 사람들이 있지만, 회사 문 밖을 나가면 그중 99%는 연락할 일이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좁은 인간관계가 더 좁아진다.


코로나 상황에서 2년간 육아휴직을 하던 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연락도 거의 없이 집에만 있던 시간을 떠올렸다.


좀 외로웠지만, 그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잖아.






마지막 걱정이 제일 심각했다. 


나라는 존재가 회사 에서  안에서 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스스로 자립할 만큼 벌지 못해서 남편에게 부양되는 느낌오래 견디기 힘들게 분명했다.


아이 셋을 키우며 30년간 맞벌이로 살아온 어머니의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때 아버지가 어머니와 다투고 생활비를 주지 않던 모습을 목격했기에,  경제적 자립은 더더욱 필수라고 느껴졌다. 돈은 때로 사람을 참 치사하게 만드니까.






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딱히 걱정거리가 정리되는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문제에 대해 확실히 계획을 세우고 나와야겠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그나저나 현실은 더럽게 현실적이다.






9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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