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리별 Oct 07. 2022

퇴사 준비생의 일기 9.

불안감


회사에서 업무분장을 새로 한다고 했다.


"이대리, 이대리는 A, B 중에 꼭 A를 하고 싶은 거야?"


"아... 아닙니다. 왜 그러시죠?(갑자기 물어봐서 당황)."


"모 과장이 넌 A직무를 원한다더라고(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근데 우리 팀에서 넌 B를 해야 할 것 같아. 다만  그걸 하면 실적 면에서 어쩌고 저쩌고... (결국 불리하다는 말)인데 괜찮니?"


괜찮은 걸 괜찮냐고 물어보기보단, 네가 좀 해줄 수 있냐는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네. 상관없습니다."


싫다고 해봐야 결과는 똑같고 얘기만 길어질 것을 알기에 황급히 마무리한다.


게다가 나는 곧 퇴사할지도 모르니까.






B직무를 하게 된 사람들끼리 회식을 한다고 했다.


단출한 회식자리. 배가 채워지니 솔직한 얘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요즘 그때 판매했던 상품들 때문에 잠이 안 와."


"고객이 마지막에 거절했던 상품이 결국 문제가 생겼다더라고. 지금 그 고객한테 진짜 감사해"


"우린 그나마 괜찮지, 누구는 소송 진행 중 이래."


언니들... 괜찮은 거 맞아요?






습관성 리액션은 하고 있었지만, 웃고 떠들며 하는 이야기들 너머 그림자와 애환이 보였다.


마음이 복잡했다. 잠도 오지 않는 불안을 감당하는 대가는 얼마여야  충분한 걸까.


그만두지 않는다면 나 역시 10년 뒤쯤 비슷한 불안에 시달리며 살게 될 것이다.


그건, 진저리 치게 싫다.


퇴사해야만 한다.





10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퇴사 준비생의 일기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