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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Sep 05. 2020

드디어 어른이 되었나, 노래 가사가 와닿는다

지금은 유명한 회사의 대표가 된 한 선배가 대학 시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배: OOO는 아직 좀 어린 것 같아.

나: 걔가요? 조기졸업해서 나이 어린 것 말고요? 

선배: 응. 노래를 가사가 와닿아서 듣는 게 아니래. 

나: 아 그래요? 저 돈데...^^;


그러했다. 그저 빠른 템포의 신나는 음악이 좋던 나는 가사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노래 가사에 나올 만큼 뼈아픈 이별을 해 보거나 절절한 사랑을 해 본 적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닌 지 1년쯤 지나서야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을 들으며 아, 이게 노래에서 얻는 공감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한다는 가사에서.  


그 뒤로 노래에서 가사가 어떤 역할인지는 알았지만, 최근엔 아기를 위해 동요나 연주곡을 트느라 즐겨듣던 노래의 가사는커녕 음도 잘 생각이 나지 않던 차였다.  


아기가 이제 슬슬 엄마 얼굴이 보이는지 눈을 맞추려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는데, 아기도 내가 저를 보며 웃는다는 걸 알았나 보다.   


갓 50일이 지난 아이가 따라 웃었다. 눈매가 초승달을 넘어 손톱달이 되며 활짝 웃는 모습에 도미노처럼 나도 또 웃고, 아기도 또 웃고.


그 순간에 생각했다. 왜 작사가들이 네가 웃으면 나도 좋다는 가사를 썼는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는 가사를 썼는지 알 것 같다고 말이다. 


별것 아닌 말인 듯해도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겪었거나 그 감정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속에 담아놓고 꺼내어 쓸 수 있는 표현들이 있었던 거다. 


30여 년을 나름 이런저런 풍파 속에서 살아왔는데,  아이를 키우며 30년 만에 처음 알게 되는 감정과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동시에 우리가 함께 할 미래가 한편으론 기대되고, 한편으론 두려워진다. 구구절절 맞는, 엄마의 말이 떠올라서다. 


" 아기가 없으면 감정의 파고가 낮아. 그런데 아기가 있으면 그 폭이 엄청 커져. 격하게 기뻤다가, 어쩔 땐 격하게 슬퍼지는데, 슬프지 않으려고 하면 정말 큰 기쁨이 뭔지 모르고 살아야 하는 거야. 각자의 선택인 거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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