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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리별 Sep 05. 2020

지금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해서

중고 아기 용품을 무료로 나눔 받아오는 것을 놓고 언쟁을 했다. 괜히 무료로 주겠냐며,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을 받으러 다녀오는 것이 싫다고 했다.  


맞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새것, 값나가고 좋은 것을 원한다. 특별할 것 없이, 나도 그렇다.


그런데도 굳이 아끼고, 잠깐 쓸 것에 최대한 돈을 아끼려는 건 몸에 밴 절약 습관 때문도 있겠지만, 아이가 나보다는 더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월급은 작았지만 잘릴 걱정은 없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졸업한 후 취직해 집도 마련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생활에 시달린다. 학교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집으로 공간이 바뀌었을 뿐, 새벽부터 부산한 일개미로 미래를 고민하며 살고 있다. 


돈이 없어 힘들어하던 엄마의 모습에 500원짜리 과자를 내려놓고 300원짜리 과자를 집어 들던 어린 시절보다는 경제적으로 나아졌지만, 그때 잃었던 나를 위해 소비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내 아이는 이렇지 않았으면 한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해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아끼는 습관은 아이가 돈에 대한 관념이 생기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초등학생들도 거주하는 아파트로 인해 분파가 되는 현실이라지만, 아주 어린아이들은 아직 비싸고 싼 것에 대한 개념이나, 비싼 서비스나 물건을 이용하며 키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후줄근한 옷을 입고 땀 흘려 일하는 것이 나이 들어 그런 것과 다른 것처럼. 


물론 많이 벌고, 소득을 더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절약이 동반되면 목표지점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다. 오늘 이렇게 한 발짝이라도 걷지 않으면 아기의 손을 잡고 뛰어야 할 수도 있기에 매일 작은 돈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처럼 언쟁을 하고 나면 조금 헷갈린다. 


과연 내가 맞는 길로 가고 있는 건지. 괜한 애를 쓰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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