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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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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NI May 21. 2020

"권리 좋지"

생활 에세이

몇 십년간 지역에서 이름 꽤나 알리며 활동하는 어느 예술가를 취재차 여러 번 만났다.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고등학생 자녀 둘을 두고 있었다. 그렇게 잘나가면서도 지방대를 나온 것이 끝내 한이 맺혔는지 본인 자식은 꼭 서울대 미대를 보내겠다며 주말마다 서울 소재의 고액 미술학원에 보내고 KTX비용, 숙박비, 생활비 등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게다가 학교 성적도 좋고 똑똑하다며 연신 싱글벙글대며 말하는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보였다. 자식 자랑을 하는 부모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하고 반짝였다. 거기까진 참 좋았다. 평범한 대화가 오고가는 듯 했다.


그는 자신이 고용하는 직원들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문장마다 ‘요즘 것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으로 시작하며 마치 나는 유령인 것처럼 본인의 한풀이를 쏟아냈다. 제대로 일도 하지 않고 권리만 찾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딱딱 60분 점심시간을 맞추며, 꼬박꼬박 공휴일이며 주말이며 다 쉬고 일을 하냐는 것이었다. 몇 십 분 근무 초과되면 꼬박꼬박 다 세서 시간 급여를 챙겨야 하며, 계산되지 않은 일을 시키면 눈에 쌍심지부터 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문재인이가 말이야~’ ‘문가가 말이야~’ ‘문씨가 말이야~’ 또다시 시작되는 문가 타령은 이제 지겨울 정도였다. 놀고 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꼬박꼬박 돈을 주고 최저임금을 올려대는 통에 돈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민가야 할 판이라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개인 입장에 따라 맞는 말도 있고 아닌 말도 있고 그런 것이지.’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잘 모르는 사람 면전에다 놓고 이런 이야기로 열변을 토하는 것이 나로선 참 신기했고 오히려 내 낯이 뜨거웠다. 그의 사업장은 꽤 여러 번 노동부에 신고가 들어간 듯 했다. 첫째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과중한 업무에 작가의 히스테리컬한 성향으로 직원들에게 압박과 고성은 물론이며 그 외 갖가지 이유가 있는 듯 했다.


그와 나의 생각 차이는 단순히 이십 몇 년의 나이차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태생적으로 가진 가치관과 환경의 차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는 젊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했고, 나는 그저 눈빛으로 대답하며 침묵을 지켰다. 대화가 들어 먹힐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지 이건 아니다 싶을 땐 그냥 입을 다무는 편이 낫지. 요즘 젊은 것들인 나도 ‘너무 권리만 찾는걸까?’ 문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도대체 뭘 찾아야 되지? 무조건 고용주에 헌신하며 내 열정을 불태우는 것만이 올바른 젊은이의 모습인걸까? 이내 우리가 시킨 음식이 나왔고 참으로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하나 확실한 건 난 더 이상 태울 열정도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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