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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kim Oct 14. 2018

고소한 커피가 맛있는 이유

한국사람들의 커피 취향


나는 고소한 커피가 좋아.


커피를 업으로 삼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커피 취향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어떤 커피가 좋아?라는 질문에 10에 8번 정도는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커피를 마셔보는 것을 즐기시거나 혹은 커피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확실히 한국사람들은 참깨 과자처럼 고~소~한 커피를 너무 사랑합니다.(진짜 너무 사랑해) 그래서 로스터리에서도 잘 팔리는 원두를 꼽자면 태우기는 풀 시티와 다크로스팅 그 사이, 원두는 인도네이사 만델링, 레시피는 플랫화이트나 라라테 등으로 고소한 맛을 돋우는 메뉴들의 인기가 특히 많죠. 


바리스타 맛 표현 기준표. 커피는 다채로운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커피의 맛은 참으로 오묘하고 형형색색 다채롭습니다. 그 맛을 하나하나 맛보면서 배워가는 재미도 있고요. 근데 왜 한국사람들은 유독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우리만의 커피 취향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유별납니다. 원두 소비량만 봐서는 사실  커피 종주국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닐 정도이죠. 관련 비즈니스도 소비량만큼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했습니다. 그 속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식 등의 취향에도  물줄기가 생겼습니다. 우리에게 맞는 커피 취향이 생긴 거죠. 


다른 분야도 마찬 가지겠지만 어떤 국가의 식문화는 그 나라의 문화,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죠.  유럽, 미국, 일본과는 또 다른 우리나라의 커피 취향은 각자 지난 100년간 겪었던 역사가 달랐듯 그 성격과 취향의 차별점이 뚜렷합니다.


커피가 한국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학창시절 역사시간에 고종황제가 최초로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뭐 역사학적으로 몇 년도에 누가 커피를 들여왔고 등등의 정확한 사실을 고증하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고요. 그 시절에도 커피가 우리나라에 보급될 수 있을 만큼  커피는 이미 외국에서는 대중적인 음료 문화였다는 겁니다. 당시 커피 재배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창 유럽이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하여 대부분의 농산물을 자국으로 약탈하다시피 가져가던 시절이었죠. 커피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커피는 유럽을 통해 세계로 수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유럽에서 고르고 남은 잉여 원두를 미국이 수입하면 거기서 또 남은 것을 일본이 수입해서 소비하고 남은 짜 그래기 들을 제3 국가들이 가져가는 식의 방식이었죠. 유럽에서는 이런 구조적 우위에서 최상급 아라비카 원두를 맘껏 향유하며 다채로운  커피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적당히 좋은 원두로 실용적인 커피 문화를 발달시켰고, 일본은 원두의 질은 최상급이 아니더라도 내리는 기술로써 극복해내는 방식을 채택했죠.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이 미국의 현대적인 드립 커피 문화와 일본의 정교한 필터 커피 문화를 잔뜩 흡수해서 국내로 돌아왔지만 막상 한국에서 그런 커피 문화를 향유하려고 해 봤자 구할 수 있는 원두는 아주 저질의 싸구려 로부스터 뿐이었고, 당시엔 커피를 정식으로 수입해오는 과정도 국가에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두커피는 아주 특별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문화였습니다.




로부스타 커피 사랑

 대중들이 커피를 알게 된 것은 6.25 전쟁 이후 미군 야전식 인스턴트커피가 미군 들에 의해 소개되면서 였습니다. 당시 인텔리(대학생)들이 인스턴트커피를 음악과 함께 즐기던 문화가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들 즐기는 장소 '다방'이 되었고 이것이 커피 문화 확산의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68년 동서커피가 커피 보급화에 앞장섰습니다. 당시에 활용할 수 있는 원두라고는 로부스터 밖에 없었지만 그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저가 원두를 지지고 볶으면서 많은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원두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낸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커피자판기가 보급되면서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만한 속도로 인스턴트커피시장이 성장세를 탔고 커피는 기호식품이자 피로회복제로 한국인의 생활 전반에 파고들게 됩니다. 이후 2000년대 원두커피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한국은 인스턴트커피 공화국이었습니다. 사실 맥심 커피믹스 진짜 맛있잖아요? 가격으로 보나 굳이 원두커피 안 마셔도 충분히 만족할 만 맛 때문에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끔 동네 백반집에서 나오면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믹스 한잔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어요)

저는 겨울에는 커피대신 코코아를 주로 사먹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에스프레소 취향

한국 스타벅스 1호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엄청난 동력으로 성장할 때쯤 더불어 스타벅스를 필두로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음료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근데 사람 입맛이 그리 쉽게 바뀌던가요, 전에 먹던 커피처럼 고소한 맛이 특징인 커피를 원했고, 원두로 내린 커피 중에서는 에스프레소가 궁합이 맞아 특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근데 아라비카 원두로 로부스터 같은 풍미를 내려면 풀 시티 이상의 다크로스팅을 할 수밖에 없고, 원두에도 인도네시아 만델링처럼 고소한 녀석을 꼭 블렌딩 해야 했습니다.  로부스터 같은 아라비카 맛을 내긴 하지만 반대로 아라비카 만의 다채로운 맛과 향이 많이 뭉개져 버릴 수밖에 없었죠. 1세대 카페 대부분의 카페에서도 여러 가지 종류의 원두를 구비하지 못했고, 가장 인기가 좋은 원두 하나를 정해 모든 메뉴에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커피 취향들은 아라비카 원두의 다채로운 맛에 대해서 생소할 수밖에 없는 성장 과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사실 맛에 대한 취향에는 진리나  원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최고 아닐까요? 가끔 "한국사람들은 진짜 커피맛을 모른다", "커피는 원래 향과 맛으로 즐기는 것이다"라고 말하시며 유럽이나 일본의 커피 문화에 대해 예찬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합니다만 우리가 충분히 만족하고 있음에도  남의 것을 답습해야 한다고 열띠게 주장하는 모습은 글쎄요 저는 그런 분들은 그다지 멋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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