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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ㅈ가 Jun 09. 2020

퉁명함과 용기는 한 끗 차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다. 남편은 익숙치 않지만 선물 하나 준비하려 한다.


뭘 줄까 고민하다가 큰 맘먹고 꽃 집을 가기로 작정한다. 꽃 집이 익숙치않은 남자는 사장님에게 아무거나, 대충, 빨리, 달라고 얘기한다. 막상 들고나오니 집까지 가는길이 창피할 것 같다. 꽃집으로 다시 들어가 꽃이 안 보이게 검은 봉투에 담아달라고 얘기한다.

빠른 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남편은, 아내에게 꽃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잔 돈 바꿀라고 사왔다.” 

그걸 받은 아내는 또 이렇게 말한다.

“뭐할라고 사왔노. 돈이 썩어빠졌나.” 

예전에는 이해가 안된 이 말이, 어느 순간 이해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잔 돈 바꿀라고 사왔다.” 라고 표현하는구나.

아내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뭐할라고 사왔노.” 라고 표현하는구나.

때론 퉁명함 속에 숨어있는 부끄러움이 진심일수도. 그리고 부끄러운 진심은 누군가에겐 인생 처음 도전해보는 크나 큰 용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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