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좀 흐름 없이 막 사는 편이다. 진짜 제목만 보고 샀다. 셜록 홈즈가 연상되는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셜로키언으로서 호기심이 안 생길 수 없는 제목이었다.
역시나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었다. 홈즈는 선천적이고 데커는 후천적으로 얻게 됐지만 뛰어난 두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추리능력, 엄청난 신체능력에 비해 자기관리는 엉망인 점, 사회성이 제로인데 파트너 운은 좋은 것 등등 홈즈의 그림자가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홈즈는 홈즈고 데커는 데커다. 오마주면 어떤가. 데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트라우마, 자기혐오, 죄책감, 분노가 섞인 혼란에서 때로는 독단적이고 남에게 무례하지만 결국 신뢰를 얻어 가는 데커의 입체적인 면이 참 인상 깊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범죄소설을 읽을 때면 주인공과 같이 머리를 쓰는 게 피곤해서 그냥 따라가기만 하다가 흥미를 잃곤 했는데 이 책은 재밌었다. 어차피 모든 걸 기억하는 남자와의 두뇌 대결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주인공과 독자가 공평하게 단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 그냥 부담 없이 읽어나가면 된다.
데커의 뛰어난 두뇌를 강조하려고 나머지를 멍청이로 만드는 건 아주 조금 아쉬웠다. 남자와 여자가 차에서 내리는 방법에 대한 차이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랬다. 연방수사국 요원이 그 정도 관찰력이 없을 리 없는데 싶었다. 너무 데커 띄어주기였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자주 나오는 클리셰? 장치? 다보니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그냥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산 책인데 이게 데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고 총 네 권이란다. 미쳤다. 정말 재밌는 책인데 세 권이나 더 있다니 행복하다. 가족의 복수만이 아닌 더 많은 희생을 막고자 필사적으로 정도를 걷는 데커의 다음 시리즈들이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