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자연과 마주할 때,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때와 같은 일상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마주할 때. 그리고 그 무언가가 그저 일상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감동과 더불어 너무나 아득해서 두렵기까지 할 때 우리는 경외심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그런 반응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행동은 예상한 결과 이외의 것을 불러일으킨다. 소설은 행동이 빗어낸 예상 못 한 결과들의 굴레에 엮인 이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소설의 구조일 뿐 핵심은 아니다.
죄를 마주하는 것과 그 과정, 세상 너머를 향한 정결한 신앙, 시대의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어느 책보다도 이승우 작가다웠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