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욕망을 현실의 제약 때문에 온전히 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런 이들의 시점에서 식물이 되려는 욕망을 지니고 실현시키려는 주인공 영혜를 바라보며 진행되는 세 중편을 엮은 소설이다.
시점의 주인들과 영혜의 모습이 대비되어 그녀의 기이한 행동들이 더욱 강렬하게 묘사된다. 그나마 영혜와 통하는 건 몽고반점의 주인공이었던 영혜의 형부 같다. 둘 다 이루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있고 그것은 현실을 초월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되고자 하는 것, 궁극의 작품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인간의 몸을 지닌 한 그것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영혜는 결국 인간이고 형부는 성욕을 이기지 못한다.
확실히 몽고반점이 메인인듯한 책이다. 제목이 채식주의자라서 나랑은 좀 안 맞을 거 같았는데 아니었다. 유려한 문장과 탐미적인 분위기, 인물들의 현실적, 비현실적 모습의 생생한 묘사 덕에 푹 빠져서 읽었다. 다만 호불호가 심할 것 같다. 무서울 수도 있어서 읽기에는 각오가 좀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