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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Jan 23. 2023

제2한강 - 권혁일

자살은 용기로 하는 게 아니라고 어느 술자리에서 역정을 낸 적이 있다. 그런 말이나 생각에 나는 화를 냈던 반면에 누군가는 메모장을 켜 글을 썼다. 떠난 이들이 더는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씩 적어나갔다.

상당히 특이한 것은 남겨진 자의 시선이 아닌 떠난 당사자들 시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심지어 떠나기 전도 아니고 후의 이야기다. 제2한강은 삶을 스스로 끊어낸 이들이 흘러 모여서 사는 동네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공간을 상상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다시 죽는 것 말고는 탈출할 방법도 없고 일도 뭣도 할 필요 없는 어찌 보면 공허한 장소를 말이다.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다크나이트에서 조커의 대사가 생각났다. 총은 너무나 빨라 그들의 죽음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대사였다. 어떤 식으로든 소설은 자전적이라고 생각한다. 남겨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과의 이별은 갑작스럽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기는 힘들다. 할 수 있는 것은 편안해졌길, 외롭지 않았길 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위로에서 적힌 책이다. 위로는 참 좋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나 행동이지만 전달되지 않을 때가 있곤 하다. 제2한강에 도서관이 있다면 이 책이 비치되어 있길. 그래서 그들에게 닿지 못했던 위로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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