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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Jan 27. 2023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소중함은 일상 곳곳에 녹아있다. 일상이 모두 소중하기는 힘들다. 괴롭고 무너지는 순간들도 일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조차 나의 일상이니 모두 소중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버거움은 분명 존재한다. 버거움은 나와 세상과의 균열을 마주할 때 느끼게 된다. 부조리함이다. 부조리를 마주하고 나를 굳건히 지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쇼코와 그것을 지켜주려는 무츠키, 응원하는 곤의 이야기다.

셋은 각각 알코올중독과 정서불안을 앓고 있는 아내이자, 동성애자 남편이자, 그 남편의 애인이다. 이게 무슨 관계인가 싶겠지만 그들 셋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한다. 서로 어우러지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모습은 복잡한 표현 없이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읽는 내내 그들의 진의가 따로 있겠지, 반전이 있겠지 하던 나는 속물이 다 됐나 보다. 순수함을 잃은 사람들이 이렇다. 우리 속물들은 소중함을 일상이 아닌 이상에서 찾는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재단하며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다름을 용서하지 못한다. 속이 쓰린 것은 이들이 현실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수는 소수의 개성, 다름, 성향을 용납하지 않는다.

쇼코와 무츠키의 일상과 순수함은 다수인 속물들에게 방해받는다. 일상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소중함이 일상 속에 있다. 동시에 일상에는 버거움 또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외면하지 않게 된 그들의 순수함은 되려 굳건해진다.

일상적 언어와 동화 같은 분위기, 기분 좋은 결말까지 잘 읽히면서도 아름다운 책이다. 후일담이 어느 단편에 실려있다고 하는데 내용을 보니 읽고 싶지 않다. 세 마리 은사자들이 서로 반짝반짝 빛을 내며 어울리는 모습으로만 이 책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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