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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Apr 02. 2023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대중매체에서 등장인물이 나다운 게 뭔데!라며 소리치는 장면은 당장에 어디서 본 건지 생각은 안 나더라도 낯설지는 않다. 나무위키를 보니 이미 클리셰 취급을 받고 있기까지 하다. 화자가 아는 나와 청자가 아는 나의 균열이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될지도 모른다. 나를 알아야지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다가올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


그래서 나다운 건 뭘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형이나 MBTI 같은 도구를 활용해 나를 설명하는 게 트렌드를 넘어 기본 요소가 된 세상이지만 그걸로 과연 충분할까. 인간은 네 가지, 열몇 가지로 분류해 설명할 수 없다. 열 명이 있으면 열 개의 세상이 있고 백 명이 있으면 백 개의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찾는 것은 어렵다. 아마도 평생을 찾기만 하는 과정만을 보내기만 할 수도 있다. 내가 아닌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많이들 그렇게 살아간다. 너무나 많이들 그렇게 살아가서인가 데미안은 여기저기서 꾸준히 언급되고 읽히는 책이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크로머라는 악을 만난 것을 계기로 세상은 선과 악, 천사와 악마, 빛과 어둠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는다. 선이며 천사고 빛인 아버지의 세상이 전부인줄 알던 싱클레어의 알에 생긴 첫 균열이다. 그것을 도와주고 넓은 세상을 알려준 것이 책의 제목이자 조력자인 데미안이다.

혼돈 속에 있는 싱클레어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데미안은 등장할 때마다 말한다. 내면을 향하라고 말이다. 데미안을 바라기보단 데미안이 되라고 한다. 세상이 혼란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데미안의 매력과 메시지는 시대를 관통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책이라 독후감이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더니 더욱 좋았던 책이다.


2024.04.24

지금 보니 상당히 니체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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