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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Jul 16. 2023

한낮의 시선 - 이승우


사람은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찾고 추구하는 존재거든. 때로는 자기가 무얼 찾는지, 왜 추구하는지도 모른 채 찾고 추구하지. 몽유병 환자처럼 말이야. 찾다가 못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추구가 의미 없는 건 아니지


이승우 작가의 작품에서 아버지는 대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관념은 존재하지만 실재하지는 않는다. 차꼬에 묶인 채 넘어가서는 안되는 금령 뒤에 존재하는 식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채로 아버지는 존재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 아버지를 마주한다. 아버지에 대한 관념조차 없던 주인공은 노교수의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생각하게 된다. 나의 아버지는 누구이고 어디 있는가 질문은 아버지를 찾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곧바로 옮겨진다.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은 소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주인공의 생각을 그의 생부는 행동으로 보인다. 그는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은 채 그저 질문한다. 왜 나를 찾아왔느냐고. 자신도 왜 그런지 모를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해서는 물론 아니다. 그는 아들이기에 찾고 추구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를 찾아왔고 그의 생부는 그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 뿐이다. 아버지란 그간의 다른 작품에서 보였던 인간과의 수평적 관계가 아닌 신을 향한 수직적 관계를 향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책인데도 다른 여러 책이나 이야기를 인용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인용되지 않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생각났다. 침묵하는 하늘 아래에서 방황하는 페레이라와 한낮의 시선의 주인공이 겹쳐 보이곤 했다. 우리는 짧은 삶 동안 계속해서 찾고 추구하며 질문하는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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