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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Jan 11. 2024

레몬 - 권여선

​‘사랑한다’와‘이해한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사랑한다 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러나 이해하지 못해도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함을 견뎌내며 하는 사랑이 있다. 아니, 사랑은 이해하지 못함을 견디며 해나가는 것이다.

피그말리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의 조각상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해는 물론 대화조차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조각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의 간절함에 감동받은 신이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주어 그들은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미의 화신같이 묘사되는 언니 해언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를 다언은 이해할 수 없다. 이해 안 되는 것에는 언니의 죽음마저도 포함된다. 남겨진 사람들은 몰이해의 수렁에 빠진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이 생을 부여받아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으로 그와 부부로서 살아가게 됐듯. 언니의 삶도 삶으로 받아들여지며, 그런 삶조차도 의미 있는, 삶 자체로써 그러한 것임을 받아들이며 다언은 언니를 애도할 수 있게 된다.

삶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가 자칫 진부하게 읽힐 수도 있었음에도 캐릭터들의 매력과 깊이, 늘어짐 없이 깔끔하게 쳐낸 작가의 과감함(너무 짧긴 하다) 덕에 좋게 읽은 올해 첫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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