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어. 불나방은 죽을 걸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들지. 불나방은 그렇게 바보야.” 영화 선리기연에서 불같은 사랑을 불나방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실패를 예감하고도 써야만 하는 글이 있듯이 재가 될걸 알고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랑이 있다.
로르는 사회적 신분과 평온한 가정을 잘 유지해나가지만 권태롭다. 클레망은 은행의 임원으로서 부족할 거 없어 보이지만 강요받는 사회적 역할과 실제 자신의 간극으로 인해 메말라있다. 심포지엄 미팅으로 처음 만난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알아챈 걸까. 이끌리듯 보낸 당신을 원한다는 로르의 문자를 계기로 그들은 함께 불속으로 들어간다.
두 주인공의 관점을 교차해가며 진행되는 색다른 구조와 적나라한 시대와 타락에 대한 묘사, 풍자는 이 작품이 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소설이란 평을 받는지 알게끔 한다. <인간실격>의 요조와 <선리기연>의 자하가 각 주인공들에게 겹쳐 보였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