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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Jun 15. 2024

이승우, 『캉탕』


이승우의 작품에는 이곳에서 저곳을 향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책 <캉탕>도 그렇다. 주인공 한중수는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J에게 되도록 멀리 떠나볼 것을 권유받는다. 이따금씩 머릿속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키우는단 한 곳, 나는 그곳을 알고 있다. 과거이다.” P. 56

핍은 나야의 노래에 이끌려 캉탕에 정착한다. 과거가 되기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걷고자 했던 한 시인과는 다르게 그는 적응했고 과거에 머물러있다. 캉탕은 세상의 끝이라고 소개된다. 더 이상 걷지 않는 자들의 세상이 캉탕이다.

캉탕에서 만난 또 다른 인물인 타나엘은 해임 통고를 받은 선교사다. 선교 단체로부터 사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은 그는 쓰려고 하나 쓰지 못한다. 죄를 완전히 고백하는 글쓰기의 불가능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너무 사실이라, 어떤 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아서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안전한 글쓰기는 온전한 고백이지 않을까.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자신의 죄를 마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

두 번째 읽은 건데 아직도 좀 어렵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꽤 잘 쓴 것 같다고 자평할 만한 책이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비딕과 세이렌 이야기의 현대식 번역을 통해 시간과 죄에 대한 탐구가 깊이 있게 읽혔다.

들고 다니기, 보관하기 편한 적당히 작은 사이즈에 튼튼한 하드커버로 덮였고 폭이 좁게 만들어져서 안쪽 글이 잘 안 보일까 봐 살짝 오른쪽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작가가 된다면 이런 글, 소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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