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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장 주네, 『장미의 기적』

by 김감감무

진흙탕에서도 연꽃은 피어난다. 그곳이 어디든, 연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방해받지 않는다. 주네의 삶이 그랬고 자전적 소설인 이 소설이 그렇다. 그는 날 때부터 버려졌지만 시인의 영혼은 연꽃처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피어났다. 그의 찬란한 감수성은 죽음(사형)은 신성한 것이고 범죄는 의식, 비의가 되고 교정당한 성 정체성으로 인한 동성애가 가득한 이 소설을 당혹스럽기보단 아름답게 읽히게 한다.

선의 세계에서 살다가 악을 처음 접하고 혼란을 겪는 싱클레어와는 달리 주네는 언제나 악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자기 삶의 주 무대였던, 교도소 밖에서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던 그의 글은 읽을수록 당연함이란 상대적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이런 전복성에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느껴진다. "투명해질수록 난해해지는 문장"이라는 김홍중의 말처럼 그는 그저 투명하고자 했을 뿐이지 않을까.

악의 성자라는 평가대로 그의 악에 대한 추종에는 죄의식은커녕 신성함이 느껴진다. 과거에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는 이 도발적인 책을 이렇게 편하게 접할 수 있음은 축복이지 않을까. 난해하고 거칠었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피어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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