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든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는 인간이 만들고 소비한다. 신이나 외계인, 동물을 가지고 만든 이야기여도 그렇다. 그것은 인간이 이입하고 만들어낸 신과 외계인이자 동물이다. 그러지 않을 수 없고 그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간을 벗어나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없기에 그 어떤 이야기도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돼지가 농장에서 혁명을 일으켜 농장 주인인 인간을 몰아내고 지배층이 되며 벌어지는 정치 드라마도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읽다 보면 역사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 이야기가 어떤 역사를 명확히 겨냥하고 있는 우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우화는 대개 풍자의 성격을 지닌다. 이 책의 풍자는 권력에 취한 지도자 뿐만 아니라 끝까지 계명을 읽지 못하고 이런저런 정치적 조작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속아 넘어가는 대중 또한 겨냥한다(고 생각 한다).
인간과 구분이 안되는 모습의 돼지들을 바라보는 동물들을 비추며 책은 끝난다. 과거를 답습하는 지배층과 그걸 보면서도 각성하지 못하는 피지배층의 모양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한다. 잘못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 책의 유효기간은 도대체 언제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