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자에게 욕망하는 상대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뿐이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갖고 싶었고 가지게 됐다. 머리통만 남았어도 ‘소유’하고자 하던 욕망은 이뤄졌다. 보통은 사람에게 백 대 영인 무엇은 없다.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고 있는지가 그 사람을 설명한다. 살로메가 무시무시한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 즉 사회성이 전혀 없이 오로지 나의 욕구, 욕망의 충족에만 완전히 매몰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녀는 춤을 추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 왕의 절충안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흠모해도 함께할 수는 없으니 갖기 편하게 머리통만 달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모든 행동뿐만 아니라 존재의 이유이다. 그녀에게는 자기 자신 말고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타인의 목숨보다 자신의 소유욕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인간의 말로는 본인 목숨도 그렇게 별거 아니게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는 조금의 사설을 섞는다.
오랜만에 읽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주로 풍자의 기능을 하는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보물들에 대한 나열로만 거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부분을 오랜만에 읽어서 웃음이 나왔다.
책의 물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너무너무 아름답다. 디자인이나 구성이 정말 너무 아름답다. 그냥 표지만 초판본의 디자인을 쓴 게 아니라 정말 그 시대의 책을 복각한듯한 너무 아름다운 편집이었다. 솔직히 모르는 출판사였는데 사려는 책이 이 출판사에 나와있으면 앞으로는 여기서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