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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최진영, 『구의 증명』

by 김감감무

"틈이 없어도 여전히 틈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가까워도 더 가까워야 할 것 같다. 없는 틈을 없애는 방법은 파고드는 것 말고는 없다 한 몸이 되는 것 말고는 없다.“

- 이승우, 『고요한 읽기』 中


한 몸이 되는 것 말고 연인이 만족할 수 있는 연애는 없다. 다만 한 몸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하나로 만들어졌지만 둘이 되어 추방됐기 때문이다. 하나를 만든 것도 둘로 가른 것도 신의 뜻이기에 하나로 되돌아가려는 인간의 의지와 열정, 즉 사랑에는 좌절이 포함된다.

『구의 증명』은 이것을 초월하려는 시도다. 살아있는 담은 죽은 구를 먹음으로써 하나가 되고자 한다. 그렇게라도 한 몸이 되려 했고 그렇게밖에는 한 몸이 될 수 없었던 담은 구를 먹는다. 구가 살아있을 때는 삶이 둘의 사랑을 방해했다면 구가 죽고 나서는 죽음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내내 좌절되는 사랑 이야기지만 작가의 ‘시도’이자 ‘저항’은 영혼 상태의 구의 독백으로 나타나고 계속된다. 한강 작가가 품었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화두가 문학에서 실현되는 순간이다.

주인공 둘 서로의 관계는 좋았지만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가 납득이 잘 안돼서 아쉬웠다. 그것 말고는 좋았다. ‘식인’이라는 소재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뭐... 괜찮았다. 진지하고 잔잔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랑을 탐구한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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