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권혁일, 『바닥을 때리고』

by 김감감무

『첫사랑의 침공』이 잘 됐지만 그의 최고작은 아직까지 『제2 한강』이라고 생각한다. 소외되고 외면받는 이들의 아픔을 소설로써 관심 갖게 하고 보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의 의도, 착한 마음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마음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간을 외계나 저승이 아닌 현실로 옮겨왔다. 마트와 주민센터의 농구교실과 집. 지극히 세속의 시공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했다. 농구를 소재로 소설을 쓰려는 걸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침공』과는 너무 다른 무대가 되지 않을까, 소설로 농구를 다루는 것이 재미있을까 등의 걱정이었다. 이것은 그의 장점을 잘못 짚은 착각에서 비롯된 기우였다. 나는 『제2 한강』을 깜빡하곤 그의 장점이 발랄한 문장이나 유쾌한 상상력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침공』이 너무 잘 돼서 그랬던 것 같다. 그의 장점은 너무 거창한 표현 같지만 인류애, 휴머니즘이지 않을까.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착한 마음이 그의 작품을 읽게 한다.

농구인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슛 쏴!"다. 슛을 쏴야 들어가든 말든 한다. 안 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샷클락이 넘어가 공을 뺏겨버린다. 아무것도 못하고 뺏기는 것만큼 허망한 일이 없다. 이 소설은 그러지 말고 안 들어가더라도 좀 쏴보자는 말을 하는 소설이지 않을까. 슛이 안 들어가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우선은 쏴보자, 두려워하지 말자는 소설이지 않을까. 슛 하나 안 들어갔다고 고개를 떨구거나 벽을 치며 소리 지르며 좌절하는 대신 죽어라 백코트를 하면 상황을 다시 돌이킬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란 생각도 덤으로. 그러고 보니 농구는 인생과 참 닮았다.

나름 오랫동안 기다려온 소설인데 기분 좋게 읽었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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