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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Dec 23. 2021

이반 투르게네프 - 첫사랑


제목만 봐도 가슴 한편이 아린다. 중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총 네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사랑, 아아샤, 밀회, 사랑의 개가 이렇게 네 가지다.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책 제목과 표지가 예쁘길래 서평단 지원을 한 건데 붙었다. 그런데도 정말 푹 빠져서 읽은 재밌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러시아의 3대 작가 중 한 명이라던데 전혀 몰랐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전부 다를 첫사랑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맨 첫 작품은 제목부터 첫사랑이다. 열여섯 살의 애도 어른도 아닌 남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녀의 등장으로 소년의 잔잔하던 일상은 격한 파도를 겪는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져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남자의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했다. 상대의 작은 손짓과 스치는 눈빛에도 남자의 마음에는 지진이 인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벅차오르고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려 그 소리를 누가 들을까 쫄게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 같다.

매력이 넘쳐 누구나 반하게 되는 소녀에 대한 묘사는 읽는 이들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의 그때와 그대가 같이 떠올르는 책이다.

흔히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아주 충격적으로 흘러가는 내용이 놀라웠다. 너무 억지스러운 반전은 되려 시큰둥해질 텐데 흥미진진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아아샤 또한 첫사랑 이야기다. 첫 번째만큼 충격적인 전개는 없지만 되려 가장 좋았던 편이다. 사랑을 앞에 두고도 고백하지 못하는 소심한 남자와 당차고 솔직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자의 이야기다.

첫사랑에 빠진 남자에 대한 묘사가 절정에 이른다. 첫 작품은 재밌고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라면 두 번째는 한 소년의 일기를 읽는 느낌이 들 만큼 사실적인 심리묘사였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야기는 아주 짧은 분량의 단편들이다. 어느 슬픈 사랑을 우연히 지켜보게 된 날에 대한 이야기인 밀회.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하게 사랑이 비중을 덜 차지하는 사랑의 개가다. 이 둘은 짧아서 어떻게 쓰든 스포일러가 될 거 같다. 각각 자연과 남녀 심리에 대한 뛰어난 묘사, 신비함을 담고 있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연애 실패에 대한 후회라 말하고 싶다. 고독한 삶을 살았던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겨있어서 그런 듯하다.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고 사랑에 망설이다 여자를 놓친다. 막바지에는 늘 후회하는 남자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우연히 만난 책에서 사랑, 젊음, 후회, 죽음을 고민하게 됐다. 행복은 현재에 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평생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연인에게 잘하고 삶에 충실하라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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