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감감무 Jan 05. 2022

마광수 - 자궁 속으로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잠자리 얘기가 나왔다. 이 나이 먹고도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고 그거를 했느니 어떻게 했느니 그거는 이렇다느니 저거는 어쨌니 온통 대명사만이 오가는 대화였다. 그들이 고상한 척하려는 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친구관계, 그것도 이성친구 간에 성관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담담하게 보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거시적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매체에서 성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피임이나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뿐이다. 성이 주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마녀사냥의 폐지가  아쉽다)​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찝을 순 없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 그리고 진즉에 이런 분위기를 답답해한 마광수 교수가 있었다. 중고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보게됐다. 강렬한 제목과 반가운 작가의 이름 때문에 사서 읽어봤다.

근데 별로였다. 에세이나 비평은 엄청날 거 같지만 소설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재미가 없었다. 허구적 창조를 통해 가슴속 울화를 대리 배설하는 쾌감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작가 스스로의 말과는 반대로 본인의 사상이 억압받는 꽉 막힌 현실에 대한 불평, 불만으로 가득하다. 한 번 더 작가의 말을 인용하련다. 사상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에세이나 논문을 쓰면 된다 하셨다. 알고 계신데 이런 소설을 쓰셨나 싶다.

그의 사상은 시대가 지난 지금의 내가 봐도 신선하고 개방적으로 느껴지고 쿨하긴 하다. 멋있다. 그래도 소설은 좀 아닌듯하다.

예술은 역시 선택받은 이들만 할 수 있나 보다. 공부 열심히 해서 분석은 할 수 있겠지만 창조는 다르다. 어떻게 읽힐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콤플렉스를 상상으로 풀어내는 데에 열중한듯한 느낌이다. 그 외의 거슬리는 점들도 쭉 써놨었는데 너무 많아서 그냥 이만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반 투르게네프 - 첫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