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에 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소수의 저항. 처절하고 외롭고 굴욕적인 나락의 경험. 결국 굴종할 수밖에 없었던 소수로서의 무력함. 타락하고서 맛보게 된 권력의 단맛. 그간 믿던 자유와 합리보다는 독재에 의해 굴러가는 학급 분위기에 익숙해져 버린 모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잠재우는 권력의 교체. 변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중독. 투쟁과 굴복, 굴종의 과정 동안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품 속의 시대를 생각해보면 그저 성장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 씁쓸한 과거이자 감사한 현재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우리에게 너흰 아직 사람이 아니다란 말을 하셨었다. 우리들의 세계를 동물의 왕국 같은 곳으로 취급하는 뉘앙스였다. 학생들은 농담으로 여긴듯 웃으며 야유했다. 그러나 내게는 머릿속 깊이 박혀버린 한마디였다. 기분 나빴지만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었다.
어찌 보면 학교에서의 지배 구조와 사회도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어른들의 세상은 다르다. 자유와 합리에 의해 굴러가는 세상에서 석대는 결국 추락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수갑에 채워진 채 끌려가는 석대의 모습에서는 발전하는 정의에 희망을, 자유와 합리를 잊은 채 일그러진 영웅의 추락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에게는 씁쓸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