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에 만연한 고통에 대한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이다. 만취할 때마다 그런 의문들을 글로 남기곤 했다. 삶에 찌든 요즘에야 그런 의문을 가질 틈이 없어졌지만 온전히 세상을 이해하려 노력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당시를 생각해 보면 의문은 분노를 동반한 채 신에 대한 원망으로 끝나곤 했다. 교회를 성실히 다닌 적도 없고 성경도 거의 읽지 않는 데도 자연스레 그랬다. 그저 투정으로 사그라들 수준이었다. 논리를 더해 주장이 될만한 힘을 가진 의문들은 아니었다. 색다른 것도 딱히 없었다. 내게 선을 대항할 지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요섭의 지혜를 기대하게 됐다. 기존의 선이 가진 오만함을 독선이라 꾸짖고 악이라 누명 씐 지혜를 세상에 널리 알리려는 그의 행보가 기대됐다. 그래서 아쉽다. 결국은 그렇게 되는 건가. 스포일러기도 하고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쓰기가 힘들다.
절정의 중반부에 비해 후반부가 김이 샌다는 다른 분들의 평을 좀 봤다. 개인적으론 인간의 무력함을 나타내고자 일부러 이렇게 썼을거같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너무 재미있었는데 그만큼 어려워서 독후감이 좀 엉망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신은 영원한 우리의 주제 중의 하나이다. 다소 어렵더라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