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구들 전부가 모인 술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들을 나누며 떠들다가 내 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옛날 내 성격이 너무 불같아서 같이 농구할 때마다 상대팀과 싸움이 날까 봐 늘 긴장했다는 말이었다. 친구는 옛날의 내 화가 수련회의 캠프파이어 정도였다면 지금은 모닥불 정도로 작아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세월의 풍파를 맞아 깎였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 그리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천불을 안고 살고 있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이라면 화를 밖으로 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것이 있다.
그간 화를 내서 단 한 번도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없다. 돌아오는 건 상대방의 눈물뿐이었다. 내가 맞다고 윽박지르며 상대방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나만의 잣대를 들이미는 오만방자한 아둔패기였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나의 작은 그릇을 표출함과 더불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는 무식함, 거기서 오는 무력감에 대한 절망, 타인에 대한 오지랖일 뿐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어떤 의심도 없는 흔한 말로 젊은 꼰대였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을 줄만 알았다. 그리고 내가 그 답안을 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회색 지대였다. 나에게 맞는 게 상대에게 틀리고 내게 틀린 게 상대에게 맞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소중한 인연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나서야 어렴풋이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게 됐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남을 판단함으로써 나만의 답과 오답이 생겨버린다. 내 스스로에 대한 판단만 있어야 한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까지 화를 냈어야 할까가 아닌 화를 내는 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한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좀 사이좋게 살다 가면 좋지 않나. 써놓고도 솔직히 실천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스스로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하나 다행인 것은 전에는 의문조차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이좋게 지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