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게 뭘까. 서른이 넘었는데도 감이 안 온다. 얼마 전 배우 차승원 님은 한 예능 프로에서 이제야 내가 나답단 말을 했다. 그런 멋지고 존경스러운 어른이 그 정도 세월을 살아내고서야 그런 말을 했으니 나 같은 철부지는 아직 나다움을 찾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봐야겠다. 힘들어서 허우적거릴 때도 있지만 과정은 결국 추억이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견뎌내고 있다.
그러나 삶은 혼자 잘해보겠다고 잘 살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없이는 살 수 없다. 삶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그것임에도 말이다.
내가 요즘 가장 거슬리는 건 주변의 말들이다. 주성치의 서유기 초반에 부면 오공이 삼장의 수다스러움 때문에 고통스럽다며 관음보살에게 거칠게 반항하는 장면이 나온다. 요즘 내가 그 심정이다.
나는 모르는 나에 대해서 주변에서는 잘도 내가 어쩌니 저쩌니 떠들어댄다. 누군가는 내가 악마라 하고 누군가는 천사라고 한다. 바람둥이라 했다가 순정남이라고 한다. 인싸랬다가 아싸랬다가. 똑똑했다가 멍청했다가. 나는 모르는 나를 참 잘도 평한다. 그런데 도대체 평가들에 공통점이 없다. 일관된 평가가 있다면 사실에 가까운가 보다 하고 받아들일 텐데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당사자인 나는 내게는 그런 나도 있지만 이런 나도 나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들은 나에 대해 내게 반박한다. 그런 너는 네가 아니고 저런 네가 너란다. 도대체 이게 뭔 개소리인가. 그들은 그저 일부 혹은 어느 시점의 나만을 보고선 그게 내 전체인마냥 지껄여댄다.
나에 대해 씨부리는 말들에는 공통점이 없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구닥다리 어디서 나온 지 출처도 불분명한 소리를 진리처럼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변화나 다양성,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라곤 없는 무지렁이들이다. 뇌가 굳어 자신만의 시선이 정답인 줄 아는 본인이 오만한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단 말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또한 어느 누군가에게는 사실일 테니까. 내가 싫은 것은 함부로 남을 평가하는 것이다. 생각 있는 사람은 남을 함부로 평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평하는 것은 다른 우주를 감히 요약해 버리는 것이다. 나의 우주가 거대한 만큼 상대의 것 또한 그렇다.
웃긴 것은 그런 말을 하는 그 치들도 내가 보기엔 많이 변해왔다. 죽을 때까지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이들.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정 말하고 싶다면 당신에겐 이런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나도 알기 힘든데 너를 어떻게 안다고 함부로 말한단 말인가. 아니 그냥 말을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