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최강이다!

by 김감감무


농구든 축구든 난 금방 잘해졌다. 개인 연습을 잘 안 하는데도 실력은 금방 늘었다. 시간이 지나고 실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건 해당 종목에 관심이 사라져서 그랬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대충 해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살아왔으니 나 정도면 어디 가서 운동으로 빠지지 않는다 생각하며 살아왔다.

27살 즈음 취미 삼아 태권도를 시작했다. 어릴 때 빨간 띠까지 하고 그만뒀으니 이것도 어느 정도 하겠지 싶었다. 도장은 집에서 삼분 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이다. 첫날 운동을 하고 집에 가는데 십분 가까이 걸렸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구토감이 들어서 걸음을 몇 번 멈추길 반복했다. 집에 겨우 도착해서는 가족들과 대화할 힘도 없어서 대충 씻고 녹아내리듯 잠들었다. 몸을 쓰기만 하고 단련하는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결과였다.

기존 수련생들의 태권도와 내 율동을 비교해볼 때마다 충격이었다. 동작 하나를 만들기 위해 했을 노력의 양이 얼마만큼인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잘하지 못하는걸 처음 겪어본 충격은 도장에 갈 때마다 쌓여갔다.

일 년 정도 수련하고 1단을 취득했다. 뽑기에서 운이 좋게 옆차기가 안 나오는 품새가 나와 별 탈없이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검은띠를 실력이 아닌 운으로 매게 됐다는 부끄러움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다른 수련생들이 나보다 단은 당연히 높지만 같은 검은띠를 매고 있다는 자체가 견디기 힘들었다. 내 빳빳한 새 띠와 그들의 회색이 되어가는 띠를 번갈아 볼 때면 늘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겪은 내가 잘 못하는 것은 두렵고 부끄러워 도장에 있는 모든 순간들이 버거웠다. 검은띠가 무거웠고 이런저런 이유들을 핑계 삼아 도망쳤다.

3단을 향해가는 이제야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동작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보람을 얻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발전해나가는 재미를 이제야 느꼈다. 그간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인 건지 나름 성숙해진 건진 모르겠다. 다만 도장이라는 장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 실력을 부끄러워해야지 도장에 있는 걸 부끄러워해선 안됐다.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무조건 출석하기 시작했다.

나를 응원해주고 같이 잘해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은 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지난날들이 후회됐다.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약해빠진 내가 한심했다. 그나마 이룬 성취들을 흩날려버린 내가 미웠다. 꼴에 어디 가서는 검은띠라고 어깨를 으쓱거리던 과거의 나를 걷어차 버리고 싶다. 웹툰 싸움 독학의 쌈닭은 가장 강한 동기부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라 했다.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올해 안에 1080도 발차기를 완성시키겠다.


태권도는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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