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단 걸 느꼈던 군 생활의 겨울에 Blue를 처음 들었다. 경계 근무 투입 직전 평소에는 일찍 출발하던 사수가 웬일로 미적거리더니 노래 조금만 듣고 가자고 했다.
그때 당시 빅뱅은 이미 스타였지만 그닥 관심은 없었다. 아이돌에 대한 구닥다리 편견에 찬 어린 꼰대였기 때문이다. Tonight을 어느 예능 프로에서 듣고 멋있긴 하단 생각 정도만 잠깐 했던 것 같다.
쨌든 남자 여섯이 지내던 분대 생활관에 빅뱅의 노래가 틀어졌다. 사수는 서있었고 난 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그대로 한 곡을 다 듣고 나왔다. 연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을 계절에 빗댄 애절한 가사와 겨울, 우울, 차가움 등의 블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그려낸 가슴 시린 멜로디에 더욱 진한 겨울을 맞이한 느낌이었다.
관심 없었단 표현을 쓴 게 무색할 정도로 그 이후 빅뱅에 푹 빠져버렸다. 티브이로 크레용을 하도 자주 틀어서 후임들도 노래를 외웠었다. 훈련 중 텐트 대신 좁은 장갑차에 여섯 명이 꾸겨져 자야 했던 어느 날에는 지드래곤의 Missing you를 반복 재생해달라고 소대장에게 청했다. 지겹지도 않냐는 후임들의 투정을 누르고 밤하늘의 별들과 함께 노래를 들었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밤이다.
여자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너무 좋아를 부르며 짓궂은 칭찬을 하기도 했고 이렇게 멋진 형들도 이런 감정을 느끼나 싶었던 Loser는 엄청 많이 들어서그런지 연습 한번 한 적 없이 바로 부를 수 있었다.
빅뱅의 노래들은 틈틈이 내 이십 대의 자리마다 들어앉았다. 사건, 사고들이 생기고 긴 공백이 생겼을 때는 젊음의 발전이 멈춘듯한 느낌마저도 들었다.
뭐든 영원할 수는 없다. 파티는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라는 바니 스틴슨의 아버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젊음을 마무리하는듯한 이번 노래를 들으며 나의 이십 대를 돌아보게 됐다. 빅뱅의 노래를 듣고 부르며 그들을 따라 하고 젊음을 즐기던 시절들이 하이라이트 필름처럼 머릿속에 재생됐다.
그들을 좋아하는 게 가끔은 눈치 보이기도 했다.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순 없다. 모든 점을 좋아할 수도 없다. 나 또한 그들의 일부를 좋아할 뿐이다. 그런데 그 일부는 나의 젊은 날들의 일부다. 끝나는 게 아쉽다 해도 지금 이만 치라도 너무나 소중한 젊음이다.
그들의 마무리를 응원한다.
젊음이 끝나도 계속될 삶 또한 응원한다.
진짜 마지막인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