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감감무


야간근무하는 날은 거의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한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어영부영 근무하다가 쉬는 시간에는 피곤에 쩐 몸을 침대에 내던지고 땅속으로 꺼지듯 잠든다.


휴게시간에는 암묵적인 룰이자 매너가 있다. 휴대폰의 빛 밝기를 줄이고 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조용히 어둡게 핸드폰을 하는 사람도 있고 곯아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난 거의 후자다.


어느 날인지 기억도 못 하는 날이다. 어느 선배가 암묵의 규칙인 침묵을 깨는 울음소리가 들려서 확인해 보니 내가 자면서 서럽게 울고 있었다고 했다.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내버려 뒀다고 했다. 심지어 그 선배 혼자가 아닌 세 명이서 내 우는 걸 듣고 깨서 같이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한다.


슬픈 꿈을 꾼 건가. 난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서럽게 울 정도로 짙은 슬픔을 느낀 꿈이었을 텐데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감정도 기억도 흔적 없이 눈물자국만 남았었나 보다. 나는 눈물자국조차 몰랐던 걸 보면 그냥 자다 일어나서 부은 줄만 알았나 보다.


선배의 말을 듣곤 허망함을 느꼈다. 감정의 지속성은 이렇게도 약하다는 건가. 주변에서 놀랄 정도로 울어놓곤 깨자마자 아무 기억도 못 하다니. 불멸까진 아니라도 천년만년 가는 사랑이나 슬픔도 다 그럴듯한 말뿐이라는 건가.


아니면 잊은 척 지내지만 무의식에는 여전히 진하게 남은 어떤 감정이 있다는 걸까. 내 울음은 꿈이 깨는 게 두려워 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한 번의 꿈이니 너무 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되뇌어도 의식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말이 자꾸 맴도는 거 보면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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