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학창 시절을 질풍노도의 시기라 한다. 세찬 바람과 거친 파도라니 그 시절의 혼란을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표현 같다. 나도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일로 죽상을 할 때가 있었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가치관이나 개인의 신념이 성립되기 전의 순수한 혼돈의 시기라 그렇다. 이것저것 다 겪어보고 다듬어지는 게 어른이 되는 거라던데 말은 쉽지만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걸 떠올릴 수 있다.
퇴를레스 또한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그의 내면은 혼란을 겪는다. 친했던 친구와의 절교, 보제나에게 느꼈던 요상한 감정들,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과의 교우, 그리고 바지니와의 사건 등 그의 내면을 들볶는 일들이 생겨만 간다.
소설은 그런 사건들을 겪는 퇴를레스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진행된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추상적인 표현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교장이 퇴를레스의 말을 이해 못 하는 장면이 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윽박지르는 장면인데 이 책을 읽으며 나도 그런 심정이 아주 자주 들었다.
좀 더 어릴 때 읽었더라면 수월했을까. 나는 벌써 이해받기 원하는 아이에서 이해하려 하지만 잘 안되는 어른이 됐나 보다. 쨌든 나도 나름의 성장을 하고 어른이 되는 중인 것처럼 퇴를레스도 나름의 답을 찾는다. 누구나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와 구름 같은 혼돈을 뚫고 성장하는 한 인물을 그려낸 다소 어렵지만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