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영화 기생충이 대박 났다. 그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우리 다운 것이야말로 전 세계 문화의 선두가 될만하다는 이 말을 들을 때면 나는 당연 그간 읽은 여러 책들을 떠올렸다. 생의 이면, 사람의 아들, 모순, 식물들의 사생활, 사랑의 생애 같은 책들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하나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비교하긴 싫지만 한국적인 것만은 위에 책들보다 훨씬 강하다. 당시의 시대 상황과 생활양식, 언어, 정서가 너무나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영상을 그리게 된다. 소설이 아닌 기록을 읽는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것은 한 가족의 몰락을 담아낸 비극적인 기록이자 이야기다.
왜 비극이어야 했을까. 시대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기에는 그런 내용은 생각보다 적다. 좀 더 근원적인 우리 인간들의 운명에 대한 공감을 얻고자 했던 걸까. 이렇게 쓰라린 책이 세대를 관통해서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걸 보면 우리 삶은 기본적으로는 비극인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