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미이~안해에

by 김감감무


최근 십여 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동창들은 하나같이 내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잘생겨졌고하하핳ㅎ 진지해졌다고 한다. 기분은 좋았지만 딱히 공감 가진 않았다. 쨌든 친구들 말로는 고등학생 감감무는 머릿속에 농구와 짓궂은 장난, 농담 말고는 없는 안경잡이 까무잡잡한 돌아이로 보였다고 한다. 학창 시절 내가 했다던 충격적인 농담이나 장난들을 회상하며 질색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부끄러워지다가도 시원하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랬구나 하며 별생각 없이 추억을 나누는 와중에 그들은 자꾸 미안하단 말을 덧붙였다. 그간 연락을 하지 못해서 그렇단다. 나도 딱히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그럴 필요 없고 나도 미안하다 말했다. 그럼에도 미안하단 말은 술자리가 끝나 헤어질 때까지 되돌아오기만 했다.

정작 내가 화난 건 연락이 아닌 술자리 매너 때문이었다. 술에 좀 취한 한 녀석이 본인이 먹던 닭 다리를 자신의 앞접시가 아닌 음식이 있는 대접에 집어던지듯 올려놨다. 그걸 보곤 매너가 아니니 그러지 말라 했다. 안 먹으면 될 거 아니냐는 동문서답을 하는 녀석에게 땅바닥에 꽂히기 싫으면 술 주정 부리지 말라고 화를 냈다.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화내는 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발군, 효군, 김군같은 오랫동안 자주 봐온 친구들을 만날 때면 서로 화내는 일이 없다. 화를 내고 받으며 서로 맞춰와서일까. 눈만 마주쳐도 서로 뭔 생각을 하는지 알곤 한다.

그러나 동창들과 나는 서로 너무나 달랐다. 사소한 습관부터 대화의 흐름, 각자 거쳐온 지점들, 앞으로의 길이 달랐다. 이렇게 다른데 그때는 어떻게 친하게 지냈는지 모를 정도로 달랐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한다. 우리가 졸업하고서 멀어진 이유는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라 그랬나 보다. 우리의 공통점은 고3 때 같은 반이었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동창이란 게 그닥 의미 있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고작 일 년 같은 반을 다닌 것뿐이다. 우리 우정의 크기는 딱 그만큼이다. 고3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그 언저리에 멈춰있었다. 다시 보자고 서로 마음먹은 이상 차근차근 우정을 쌓아가려 한다. 밀린 시간 동안 달라진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이제라도 맞춰나가보자.

조만간 동창들이랑 농구를 하려 한다. 한 친구는 농구를 막 시작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 나와 같이 농구를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한다. 와중에 닭다리 던진 녀석은 자기도 농구 좀 했다고 까분다. 아마추어끼리도 절대 넘을 수 없는 차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나선 다 같이 신나게 땀 흘리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