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시작하자!

by 김감감무

홍대의 한 실내 농구장에서 동창들을 다시 만났다. 친구들의 눈은 흥분과 설렘을 담고 있었다. 각자 챙겨온 농구용품에서는 초심자의 결의가 보였다. 빳빳하고 빛나지만 땀에 절고 망가져도 괜찮다는 다부진 마음이었다. 반면 내 농구화는 산지 삼 년이 다 돼가는데도 열 번 정도밖에 신지 않아서 삭고 있었다. 물건에는 주인의 습관이 묻는 법이다. 이래가지고 뭘 알려주겠다는 건지 조금 겸연쩍었다.

친구와 내 농구화를 번갈아보다가 문득 왜 농구를 안 하게 됐는지 생각에 빠졌다. 현생이 바쁘긴 했지만 농구를 할 시간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승부욕에 불타는 내가 벅찼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활약하지 못하거나 패배한 날에는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내 승부욕은 지나쳤다. 좋아하는 것은 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이었다. 과몰입은 늘 문제를 일으킨다. 좋아하는 것을 잘 못하게 되니 좋아하던 것으로 남겨두고 살았다. 아주 가끔 코트를 지나갈 일이 있으면 잠깐 슛 조금 던지고 말뿐이었다.

그렇게 미뤄놓았던 농구공을 다시 잡았다. 농구공이 어색했다. 슛도 드리블도 완전 감을 잃어버렸다. 예전의 반도 안 되는 실력이었다. 기본기들조차 잘 안돼서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친구들은 내게 배우려 했다. 알려준 것들을 메모까지 한걸 나중에 알게 됐다. 루틴을 만들어서 연습하고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코트에 나가려는 그들의 농구 열정은 감동적이었다. 순결하고 뜨거운 그 감동은 내가 잊고 있던 농구를 즐기는 마음과 배우려는 겸손함을 깨워줬다.

기본기는 중요하지만 시합 경험이 더 중요하다. 건너편 코트의 사람들과 시합을 제안했다. 농구를 시작하는 친구들과 다시 시작하는 내게는 현재 수준을 파악하는 게 필요했다. 친구들은 서툰 스스로를 걱정하면서도 망설임은 없어 보였다. 결과는 7:3으로 패배했다. 상대는 고수는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팀이었다. 이기지 못할 건 진작에 알았지만 상관없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공을 잡고선 뭘 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해하면서도 친구들은 행복해 보였다.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의 내 모습이었다. 즐겨야 한다. 즐거워야 계속할 수 있다. 활약과 승부에만 집착해 잃어버렸던 것들을 친구들 덕에 다시 느끼고 있다. 시간 나서 가 아니라 시간을 내서라도 다시 농구를 해야겠다.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시작하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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