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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다는 바위를 이기지 못한다

#자작시 #완

by gamyong

고요한 바다는 바위를 이기지 못한다.

파도는 바위를 향해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친다.


쉬익- 쉬익- 철썩- 철썩-


파도는 오늘도 바위를 향해 제 몸을 던진다.


쉬익- 철썩- 철썩- 철썩-


밀리고, 밀려나기를 수백 번,


또, 쓸리고, 할퀴기를 수천 번,


그래도, 파도는 다 시 한 번 일어선다.


부서져버린 흰 조각들을 모아,

무너져버린 바닷바람을 모아,

있는 힘껏 바위에게 달려가 제 몸을 부딪친다.


쉬이익- 철썩, 철썩.


밀려날 걸 알아.

부서질 걸 알아.

무너질 걸 알아.


그래도 파도는 끝까지 자신을 몰아세운다.

그리고 바위를 세차게 덮친다.


쉬이익- 철썩. 철썩.


파도는 몰랐다.

이미 바위에 부딪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바위 밑 부분은 서서히 닳아가고 있었다는 걸.


쉬이익- 철썩- 철썩-


파도는 모른다.

그래도 부딪힌다.


고요한 바다는 바위를 이기지 못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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