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24. 오늘의 끄적거림
오늘, 회사에서 실수가 잦았다.
그렇게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상사에게 걱정 어린 핀잔을 들었다.
상사의 핀잔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왜 이것밖에 못하니."
"한번 더 살폈어야지."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거야."
가시같은 말들이 나를 쿡쿡 찔러댔다.
하지만, 난 그게 가시인지 몰랐다.
이건 실수를 한 내가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 픽 쓰러져 유튜브만 하염없이 봤다.
초점없이, 재미도 없는 양산형 숏츠를 보며 영양가 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이 소리가 없어지면 난 울음이 터지겠지.
기계음 섞인, 별로 재밌지 않은 예능을 그냥 하염없이 봤다.
나를 마주하기 두려웠다.
숏츠를 끄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너무나도 작아졌다.
왜 이 일을 이렇게밖에 못하는지,
이 감정을 뻔뻔하게 왜 감당하지 못하는지,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나를 몰아세웠다.
마침내 모서리에 섰다.
그렇게 저물 수도 있는 밤이었다.
입꼬리를 한껏 내린채 지새울 수도 있는 밤이었다.
하지만, 난 내 몸을 기어코 일으켜야 했다.
며칠 전 '이번 여름엔 꼭 비키니를 입고야 말겠다'며
야심차게 끊은 pt 수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렇게 울고 있다간, 내 피 같은 피티비 5만원이 날아가니깐.
나는 울상을 하고 어찌저찌 몸을 일으켜 밖을 나섰다.
내가 신발을 끄는 것인지
신발이 나를 끄는 것인지 몰랐다.
사회 생활은 해야하니..
피티 선생님과 웃으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이 아저씨는 평소보다 높은 강도로 나를 굴렸다.
버피 3세트,
암풀다운 3세트..
헉헉-
"회원님, 숨 마시고, 참았다가 뱉으세요. 하나~"
후..하.. 허..
"오- 잘하시네요. 3개만 더."
이 아저씨 나를 죽일 셈인가.
"이제 쉬세요."
단비 같은 말이었다.
이제 쉬라니. 너무 행복한 말.
"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제대로 몸을 쓰려고 해보세요."
나는 조금 더 내 양 어깨를 모으려고 노력한다.
내 날갯죽지가 서로 인사를 한다.
응차-
절로 소리가 난다.
으아악-
절로 곡소리가 난다.
휴우.
"회원님 수고하셨어요."
환하게 웃는 그.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환복을 하고 집에 가는 길.
후둘후둘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집에 간다.
한껏 가벼워진 봄 날씨,
아직 찬기운이 남은 바람들,
마지막 흩날리는 벚꽃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이상하다.
아까전에는 모서리 끝이었는데,
지금은 둥근 원 안에서 떠다니는 느낌이든다.
어디로 툭 떨어질 거 같았는데
이젠 동글동글 비눗 방울 안에서 날라다니는 느낌.
정말 인간은 한없이 가볍고, 쉽구나.
이리 쉽게 변하다니.
그 점이 오늘은 꽤 마음에 든다.
한 우물만 파라지만,
삶에는 여러 우물이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우물이 마르면,
다른 우물로 찾아가 물을 홀짝 떠먹고, 잠시 쉬다보면,
마른 우물에 다시 물이 차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