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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한 채

#자작시 #완

by gamyong

오두막


손이 꽁꽁 얼어붙은 어느 날,

간신해 내쉬는 숨도 금방 꺼질듯한, 그렇게 아득했던 어느날.


찢어진 상처 그대로,

눈에 팍 -

파묻혀 버린, 아주 시렸던 그 겨울 날.


발이 나를 이끄는 걸까,

내가 발을 이끄는 걸까.


얼어 붙다 못해 불어터져버린 발 앞에

거친 진눈깨비가 흩뿌린다.


그래도,

저기 언덕 너머 보이는 작은 불빛 하나,


그래도

저기 언덕 너머 굴뚝 연기 하나.


눈 깜빡 한 번,

손 꼼지락 한 번,


잡힐듯 잡히지 않는 작은 것들을 잡아간다.


그렇게 도착한 오두막.


용기 내어 문을 두드리니,


미소 한껏 머금고


어깨 쌓인 눈을 털어주고

무릎 담요를 내어주는,


내 손을 잡아주고

내 발을 녹여주는


작은 온기로

나를 채워주는 당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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