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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운 Jan 15. 2021

체험학습은 떡꼬치와 같아서

올해는 체험학습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체험학습' 은 ‘베이컨말이 떡꼬치’ 같아서...

이 말을 이해하는 데는 두 단어의 관계성에 대한 설명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컴 언어로 풀자면 체험학습이라는 단어를 치면 연관 검색어 1위에 베이컨말이 떡꼬치가 뜬다는 것이고,

어려운 수학공식으로 풀자면 ‘체험학습=베이컨말이

떡꼬치'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심리학적으로 접근을 하면 “체험학습”이라고 말하면 베이컨말이 떡꼬치를 연상하며 침샘이 폭발하는 - 파블로프의 개 실험 - 무조건 반사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문학사와 방송사에서 찾자면, 이심전심(以心傳心), 즉 조선시대 설화집과 10년도 넘은 드라마 ‘통하였느냐’로 통할 수 있겠다.


  이 해설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체험학습 가는 날에는 으레 베이컨말이 떡꼬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재미있자고 쉬운 말을 어렵게 해 보았다.


  작년 한 해 동안은 코로나 상황으로 체험학습을 가지 못했으니 떡꼬치를 안 해 먹었다, 만들어먹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가족여행도 없었고 캠핑도 못 갔으며 잠깐의 나들이도 삼갔으니 떡꼬치의 ‘떡’ 자 근처도 못 갔었다. 기껏해야 떡볶이를 해 먹거나 떡국을 끓여 먹거나였다. 그냥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다른 재료를 말거나 꿰거나 하는 과정을 더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금방 뽑은 가래떡을 한 줄 길게 들고 야금야금 뜯어먹거나(동네 떡집의 시간을 잘 맞추어가면 금방 뽑은 가래떡을 살 수 있다).

사실 가래떡은 긴 한 줄을 '내 것'으로 안전하게 확보한 후,  손으로 조물조물 늘렸다 동글렸다 하면서 뜯어먹는 게 제 맛이다. 꿀을 찍어 먹을 필요도 없다. 본연의 쫄깃함과 담백함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가래떡을 쥐불놀이하듯 휘이~휘 돌리기까지 했었는데... 끊어먹기 시합도 하고...


  "오늘 저녁에 먹고 싶은 거 말해봐"

 "혹시 베이컨 있어요?"

있다. 하루 한 번 동네 한 바퀴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항상 동네 마트이기에 새 모이 나르듯 요거 하나 저거 하나씩 사서 쟁여놓은 것들 중에 베이컨 있다. 안 먹은 지 좀 됐으니 사다 놓으면 찾겠다 싶었는데, 통하였다!

 "체험학습을 안 가니 떡꼬치 먹을 일이 있어야지, 와~아~~~ 생각하니까 더 먹고 싶네. 제가 떡 사 올까요?"

 "됐다, 동네 한 바퀴하고 오면서 사 올게. 오늘 저녁은 떡꼬치로!"

생각하니 더 먹고 싶다고?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정말 획기적인 실험이 아닐 수 없다.


<베이컨말이 떡꼬치>

1. 베이컨은 살짝(바싹 아니고) 구워 놓는다.

2. 떡볶이 떡에 베이컨을 말아 꼬치에 꽂는다.

3. 스위트 칠리소스에 고추장 간 마늘 꿀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고루 발라 한 번 더 구워 준다.


 <신박한 에그 토스트>

1. 식빵 가운데를 손으로 눌러 평평하게 만든 후 살짝 구운 베이컨을 얹는다(베이컨 대신 슬라이스햄이나 스팸도 좋다).

2. 식빵 바깥쪽으로 마요네즈를 두르고 가운데 계란을 넣는다.

3. 5분 정도 굽는다(오븐,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모두 사용 가능, 시간은 조절)


  짜자잔~ 완성.

이것은 베이컨말이 떡꼬치다. 이영자 씨가 유행시킨 '소떡소떡'이 아니다. 두 가지를 다 먹어본 사람이면 안다.

베이컨말이 떡꼬치가 훨씬 깔끔하고 담백한 맛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그리고 서비스 메뉴, 신박한 에그 토스트.

체험학습 날에는 식빵 말이를 해줬었는데  두 재료 모두 말았다가는 잠자리 눈처럼 뱅뱅거릴 것 같아 오늘은 토스트로. 마요네즈의 짭조름한 맛이 계란과 아주 잘 어울리고 영양 밸런스도 훌륭한 음식이라 특히 아침메뉴로 아주 좋다.


  아이들 초, 중학교 체험학습, 직업체험 등에 안전도우미, 일일교사로 따라다녀 봐서 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체험학습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놀고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체험학습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을.


  또한 아직도 모르겠는 것은...

점심시간 둘러앉아 까먹는 도시락이 이유 없이 맛있는 이유.

먹으면서 뭐가 그리 재밌다고, 너도나도 모두 깔깔대는 이유.

도시락을 나눠 먹으면 친구 집 음식이 더 맛있는 이유.

식사 후 하는 술래잡기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이유.


  아이들은 얼마나 친구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가고 싶을까? 오죽하면 체험학습을 생각하며 떡꼬치를 해달라고 했을까? 이왕 하는 거 더 많이 할 걸 그랬나? 체험학습 가는 날이면 항상 세 통씩을 싸 보냈었는데.

 "한 통은 선생님 드리고, 한 통은 네가 먹고, 다른 한 통은 친구들 나눠주고"


  베이컨말이 떡꼬치를 먹으며 바라본다.

올 해는 체험학습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떡꼬치 몇 통도 싸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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