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소운 Apr 27. 2021

이왕 할 거면, ‘연어초밥처럼’

모든 일에 진심을 다했으면 하고 바란다.

  “진짜요?”

"정말요?"

“진짜지. 그럼, 가짜냐? 허투루 이야기하겠어? 속고만 살았냐?”


  하는 말 끝에 '진짜요?' '정말요?'를 습관적으로 붙여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 뜻인즉, 놀랍다, 신기하다, 어쩌면 그런 일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네...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의미 없이, 영혼 없이 ‘아, 그렇구나. 오~ 그래’ 등 수긍과 공감의 추임새로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심지어 ‘나 듣고 있다’의 표시 정도로 건성건성 “진짜~~ 아” 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들으면 살짝 가시가 돋아 갈매기 눈썹을 하게 된다. 거기다 대고 “아무렴 정말이지, 진심이야, 진짜라고, 믿어줘’ 할 수도 없고...


  언제부터 이 '진짜요?'란 말은 유행을 했을까?

믿을 게 못 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는 반증일지 아니면 믿을 놈 하나 없다는 탄식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진짜'라는 진심 담은 낱말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진짜로 좋지 않게 들릴 때가 있다.

친구 사이 혹은 또래 사이에서 나오는 '진짜냐?'는 그래도 좀 들을 만하다. “진짜냐?”라는 말 뒤에 "거짓말하지 마, 짜샤..."라는 말이 따라붙어도 허물없는 사이에서 약간의 꼬투리를 잡는 정도의 느낌이다. 말꼬리 잡기 놀이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 상사나 나이 지긋한 웃어른이 이야기를 할 때 '진짜요? 정말요?’에는 좀 움찔해진다.

‘공감, 놀람, 습관’이라는 3종 세트의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들릴 때가 있다.


  “어머, 그러셨어요? 세상에...” 라든가

"놀라워요, 그런 일도 있네요.” 등으로 바꾸어 말하면 어떨까?

그래서 가끔 "진짜요? 진짜요?”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이 있으면, 위와 같이 얘기하거나

"가짜다! 어쩔래?" 하면서 윽박지른다. 취중에서는 꿀밤을 먹였을 수도 있다. 뭐 그런 걸 다... 뾰로통해도 어쩔 수 없다. 꼰대 기질 개 못준다.


 그래서 미리 말해두자면,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진짜다, 정말이다.
“어머, 놀라워요!” 정도로 토를 달아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는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

그 일을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소지가 다분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쥐도 새도 모르게 영혼까지 털릴지 모른다. 그래서 그 일을 하게 된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초밥 먹기다.

외식을 했다가는 큰일 난다. 1인분에 10개 혹은 12개짜리가 일반적인데 1인분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얘기한다. 그럴 거면 왜 나와서 먹자고 했냐며 골을 잔뜩 낸다.

2인분은 시켜줘야 하고 혹은 3인분을 시켜줄 각오를 하고 먹자고 해야 한다.


간단한 아침식사라 요 정도에서 끝난다. 각자 10개로 제한한다.
식성도 달라서 딸은 간장에 찍어먹고 아들은 홀스래디시 소스에 찍어 먹는다. 통일이 안돼...


  그러니 초밥을 함부로 밖에서 먹기가 꺼려진다. 점심 한 끼 간단히 먹자고 나갔다가 10만 원을 쓰고 올 수는 없지 않은가.


  한 번은 무한 회전초밥집을 간 적이 있다. 어디 먹을 데까지 실컷 먹어보라 싶었다. 남편과 나는 미안해할 것을 미리 대비하여 회 한 접시와 술을 시켜서 느긋하게 이 남매의 결투를 관전하기로 했다.

 ‘이 진심 어린, 지난한 전투는 언제 끝나는지...’

테이블에 초밥 접시들이 쌓이고 쌓였다.

 ‘100 접시 돌파!’

100 접시를 딱 채우고 나왔다. 한 접시에 2개씩이었으니 초밥 200개다.(그중 20 접시쯤은 남편과 내가 먹긴 했지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초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회를 사 오면 집에서는 초대리부터 만든다. 회를 좀 먹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초밥을 만들어 먹을 참이기 때문이다. 밥은 깊고 큰 볼에서 비벼진다. 가히 초밥집 스케일이다.

그중 연어초밥을 특히 좋아해서 자주 해 먹는데, 대형마트에서 4만 정도의 생연어를 사 오는 날이면 잔칫날이 되고 만다. 나는 일식집 주방장이 되어 사시미칼을 공중 2회전 하며 자유자재 운용하게 된다.

‘이라샤이 마세이!’를 외쳐야 하나?...


우측 하단에 자리한 연어회가 초밥용으로 썰어진 것. 마트에서 사온 생연어를 직접 회 뜬 것이다. 2접시는 먹어야 한다.

  먹어도 먹어도 이렇게 먹을 수가 있을까.

진•짜•다•

믿어야 한다.

원래 나는 생선회나 연어회를 좋아했던 사람인데 이제는 잘 먹지 않게 되었다면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원인 제공자는 아들과 딸로, 먹는 모습만 봐도 먹을 생각이 싹 사라진다. 특히 연어회는 아주 속이 다 느끼해진다. 어쩜 고추냉이도 없이, 양파나 케이퍼도 없이, 무순도 없이 먹을 수 있단 말인가.

그 큰 연어의 반의 반 마리를 너끈히 해치우는 남매.

 

  그래서,

이왕 진심일 거면, 진짜로 할 거라면, 연어초밥을 대하듯 모든 일에 진심을 다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연어초밥을 대하는 진심의 크기와 강도라면 못할 일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왕 할 거라면, ‘연어초밥처럼’...이라고 주문을 건다.



이전 09화 부산 명물, ‘고갈비’의 추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