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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May 02. 2018

내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말이지

만 가지의 마음의 조각을 맞추면, 완성되는 퍼즐

오늘은 토드 헤인즈 감독의 영화 <Carol>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난번 이야기는 두 남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Call me by my name>이었다면, 이번에는 우아하고 좀 더 섬세한 두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글과 다른 사랑이야기로 남성과 여성의 조금은 다른 감성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캐롤>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상류층의 여성인 캐롤 에어드와 평범한 젊은 여성인 테레즈 벨리벳 두 여인의 사랑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어느 날, 백화점 직원인 벨리벳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특히 바쁜 장난감 가게에서 오픈 준비를 합니다. 그때, 캐롤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쇼핑을 갑니다. 둘은 한 번의 눈 마주침에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캐롤이 먼저 다가와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하려 하나 품절된 상품으로 인해 벨리 벳에게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기차 세트를 추천한 벨리벳의 선택을 기꺼이 수락하며 집으로 배송해달라고 주문서를 작성하고 캐롤은 자리를 떠나지만, 그녀는 그녀의 장갑을 잊고서 사라지게 됩니다. 장갑을 돌려주기 위해 주문서에 작성된 주소지로 장갑을 돌려주고, 기차 세트를 배송받은 캐롤은 백화점을 통해 벨리벳과 처음 통화를 하게 됩니다. 이후 캐롤이 좋은 선물을 추천해준 것에 보답하고자 식사자리를 마련하게 되고, 두 여성의 만남은 그 기점을 시작으로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서두르지 않고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캐롤에게 그의 남편도, 벨리벳에게 그의 남자 친구도 그녀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베풀지 못합니다. 그러한 사랑에 지친 두 사람은 더욱 서로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둘만의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더욱 확실하게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만, 캐롤의 양육권 분쟁이 더욱 짙어지고, 1950년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크던 시대로 캐롤은 딸을 양육하는 데에 있어 동성애라는 사회적 질타로 양육권을 뺏기는 상황에 놓기에 되고, 사랑하는 딸아이 앞에서 그녀는 더 이상 캐롤 에어드가 아닌 엄마라는 이름으로 벨리벳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꾹 지르밟습니다. 한편 벨리벳은 여태껏 없던 진정으로 마음을 주고픈 캐롤을 만났으나, 어쩔 수 없는 캐롤의 결정에 받아들이지만 벨리벳 역시 아픈 마음을 꾹 눌러 담고 살아갑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마지막에는 캐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 두고서 벨리벳에게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고백합니다. 벨리벳은 거절하지만 끝내 마음의 소리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녀 역시 캐롤과 같은 마음으로 다시 그녀를 찾아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캐롤은 상류층 여성으로서 패션에 있어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능력을 힘껏 발휘합니다. 모피코트, 다이아몬드 반지, 수많은 보석, 가죽 소재의 글로브, 타조백, 악어백 등 럭셔리한 아이템들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패션으로 이야기합니다. 

캐롤은 레드와 골드 색상이 메인 컬러라고 보입니다. 우선 그녀의 메이크업은 늘 생기 있고 여유 있는 붉은 계열의 컬러로 부유한 그녀의 삶을 더욱 화려하게 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골드 컬러의 헤어 컬러와 보석들이 상류사회의 캐롤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컬러이기도 합니다. 골드와 레드의 매치는 두 가지의 커러가 만날수록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에서 역시나 캐롤을 대신하는 컬러로써 표현되기도 한 듯합니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모던한 의상을 매치하지만, 분명 그녀는 화려한 포인트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인 위치의 화려함을 패션을 통해 돌려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캐롤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겠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화려함과 갖추어진 옷차림은 캐롤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겉모습에 대한 타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상류층의 품위유지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그녀의 패션을 통해서도 나타나게 됩니다. 시어머니를 뵈러 가기 전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그녀의 패션을 스스로 걱정하게됩니다. 최대한 우아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빈 껍데기만을 챙겨 들고 의미 없는 웃음만 지어대며 자리를 지킵니다. 1950년대 당시 여성들은 포니테일이나 캐롤의 헤어처럼 풍성한 웨이브를 넣어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모습을 지향하였습니다. 캐롤은 짧은 단발에 굵은 컬의 웨이브를 넣어 표현하였는데,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자리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도 움직이지 않는 경직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그녀의 불편하고 긴장된 모습처럼 헤어스타일도 표현됩니다. 그러나 벨리벳과의 만남에서는 바람이 불고 엉클어진 자유로운 머리카락들이 그간 얽매여있던 그녀의 본성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듯 합니다.

남편이 딸아이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변호사에게 듣는 날, 앞으로의 그녀의 삶에 큰 변화를 계획하던 날, 그녀는 붉은 색상의 코트를 입고서 자신을 가장 뜨겁게 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캐롤은 온전히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날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컬러의 옷과 스타일링을 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그것은 곧 캐롤은 상류사회에 고분고분 숨죽이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진정한 자아를 찾아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캐릭터임을 대신 이야기합니다. 캐롤을 연기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눈빛과 행동, 말투, 심지어 그녀의 보디라인까지 완벽하게 캐롤을 소화해내어 더욱 극의 몰입도를 더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캐롤의 마음의 변화는 패션을 통해 가장 많이 드러납니다. 늘 규격화된 삶을 대신하는 테일러드 재킷과 타이트한 원피스를 통해 우아함을 표현하다가, 벨리벳과 둘만의 자유로운 여행, 즉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는 시간에서 그녀는 자신의 심리를 표현하듯 편안한 니트웨어와 카디건을 통해 표현합니다. 늘 즐겨 입던 모피 코트를 벗어던지고 벨리벳의 모직 코트와 비슷한 느낌의 무채색 코트를 통해 조금 가벼워진 자신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행 중 운전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정을 캐롤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중성적인 패션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테일러드 재킷에 그레이톤의 슈트 팬츠를 착용함으로써 남성적인 패션을 통해 벨리벳을 지켜줄 수 있는 마냥 여린 여성의 모습을 조금 지워낸 듯합니다.

반면 캐롤과는 완전히 반대의 패션을 선보이는 테레즈 벨리벳. 캐롤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2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캐릭터입니다. 짧은 보브컷에 뱅헤어를 연출해 좀 더 어리고 소녀 같은 모습이 언뜻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캐롤과 달리 톤 다운된 컬러의 의상들의 매치와 블라우스나 플레어스커트, 원피스, 개더스커트를 통해 차분하면서도 페미닌 한 모습이 많이 표현됩니다.

그녀는 캐롤과 달리 소품이 많지도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단출한 가죽 시계 하나와 무난한 검정 헤어밴드, 체크 패턴의 베레모와 머플러가 그녀가 표현하는 전부입니다. 화려하게 빛내려고 하지 않아도 젊음이 같은 아름다움 그대로를 표현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숙녀라기보다는 아직은 마음이 여린 소녀의 모습이 더 짙은 소녀와 숙녀의 그 가운데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캐롤처럼 그녀에게 패션에 변화가 심리와 상황을 대신 이야기합니다. 일방적인 이별로 여린 마음에 상처를 받고, 그나마 성숙해진 마음을 붙잡고 바로 차가운 사회로 뛰어듭니다. 커리어 우먼이라는 사회적 위치가 변화되면서 그녀의 패션도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립을 제외하고는 찍어 바르지 않던 메이크업을 통해 더 이상 소녀가 아님을, 더 이상 나를 희생하며 상처를 껴안아야 하는 사랑은 멀리 두고 온 숙녀의 모습을 대신 표현합니다. 캐롤과 닮은 듯한 벨리벳의 변화된 패션에서 아마 캐롤을 향한 그녀의 동경 또한 두 사람의 사랑하는 마음에 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1950년대는 패션계에서 크리스챤 티올이 '뉴룩'을 선보이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받게 됩니다. 뉴룩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여성미를 상징하기 위해 부드럽게 떨어지는 어깨의 곡선과 가슴을 높이고 허리를 더욱 잘록하고 가늘게 표현하였습니다. 여성의 부드러운 보디라인을 통해 우아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실루엣입니다. 캐롤과 벨리벳의 의상은 다른 느낌을 갖지만 디올의 뉴룩이 갖는 실루엣을 두 사람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달랐던 두 사람의 모습에서 이제는 같은 아름다움이 보이게 됩니다. 처음엔 잘 몰랐던 각자의 서툰 모습과 달리 성숙된 모습과 서로의 진정한 마음, 그 아름다움이 빛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그려지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을 찾는 게 아닐까 합니다. 참아야 하거나 지켜야 하는 그 무수한 삶의 무언가 들 때문에 사람은 살아가면서 진실된 마음 저 깊은 곳을 매번 더 깊이 꾹 눌러 담습니다. 모든 일에 마음만을 쫓을 순 없겠지만, 마음만을 따라가 보아야 하는 일도 분명 세상엔 있습니다.

 영화 <캐롤>에서의 두 사람의 사랑은 일차원적인 의미는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그건 두 사람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같습니다.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는 말은 아마 너무나 많은 이유 때문 일 겁니다. 


사랑을 하는 것, 누군가를 마음속에 앉혀놓는 일은 단순히 한 가지의 마음이
아니라, 만 가지쯤의 마음의 조각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음의 조각이 쌓이는 당신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그 모든 마음의 조각을 완성시켜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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