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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땡땡 May 09. 2018

누군가의 딸, 아내 그리고 나의 엄마

세상 어떤 고통도 당신의 품 속에선 늘 고요했고 따뜻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준비한 드라마 2016년작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입니다. 캐스팅만 보아도 충분히 믿고 보는 드라마로써 그리고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에서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시작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작가의 직업을 가진 고현정 씨가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립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아버지보다는 이 시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세상 어디든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는 고현정 역 '박 완'의 어머니 장난희 역을 맡은 고두심 씨입니다. 극 중 젊은 날 남편의 외도로 인한 상처를 한평생 지니며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그녀의 친정은 노부모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동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번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서 살아온 일 없이 어려운 친정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어린 딸 완이를 데리고 잘 살아왔지만 남편의 외도와 버티기 힘든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며 시골 논밭에서 농약을 탄 요구르트를 완이에게 함께 마시자며 건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도 지난 뒤 그녀는 더욱 씩씩하게 딸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게 됩니다. 늘 희생밖에 몰랐던 그녀는 사실 여자로서 치장하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살면서 거의 주어지지 않았던 캐릭터입니다. 늘 가게 일에 바쁜 그녀는 활동적인 패션을 많이 선보입니다. 사파리 점퍼나 집업 재킷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활동하기 좋은 중년 여성의 패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캐주얼한 룩을 전반적으로 보이면서, 포인트가 되는 모자나 스카프를 통해 그녀만의 센스가 표현되기도 합니다. 


 고두심 씨의 친구 역이자 5명의 캐릭터 중 가장 화려한 패션을 선보이는 캐릭터입니다. 박원숙 씨는 극 중 여배우 이영원으로 출현하게 되면서 다른 캐릭터들보다 패션에서 가장 돋보입니다. 화려한 모습의 그녀이지만, 암투병과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고 살면서 늘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매 회 그녀는 우아한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 그리고 매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중년 여성이 갖는 중후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패턴 장식의 스카프, 코트뿐 아니라 주얼리나 선글라스, 핸드백 등 여배우로서의 성공한 위치를 보여주는 심벌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극 중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에 급급해 훌쩍 세월을 보내버린 오충남 역에 윤여정 씨입니다. 윤여정 씨는 원래 패셔너블한 데일리룩으로 중년 여성들에게도 워너비 배우이기도 합니다. 충남은 어릴 적 어려웠던 형편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혼기도 놓쳐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한 인물입니다. 이제 좀 살만하다 보니 해보지 못했던 공부를 시작하고, 소위 지식인들이라 불리는 대학교수들과 종종 모여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늘 열정적인 충남의 성격처럼 패션에도 캐릭터의 연령에 비해 다소 젊은 감성의 패션을 조금씩 매치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학원을 다니는 충남의 모습은 더욱 젊은 감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데님 팬츠와 도트 패턴의 잦은 아이템은 그녀만의 쾌활한 모습을 대신하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자유분방한 그녀의 모습처럼 아방가르드한 아이템을 조금씩 매치한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과하진 않지만 반지나 팔찌를 레이어드 하는 모습에서 충남만의 감각적인 부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상 김혜자 씨가 맡은 역 강희자는 극 중 치매를 겪으며 젊은 날 첫째 아이를 잃은 과거의 아픔을 가진 인물입니다. 늘 차분하고 인자한 모습의 배우 김혜자 씨의 모습과 참 잘 어울렸던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을 늘 유지하는 희자는 의상에서도 항상 그 모습이 드러납니다. 차분하고 깔끔한 포멀 한 의상을 자주 선보입니다. 플라워 패턴과 시폰이나 레이스, 자수를 통해 다양한 여성미를 표현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답고 싶은 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 중에서 희자는 치매나 요실금과 같은 노년 여성의 고민을 통해 젊고 예쁘기만 했던 지난날과 다른 노년기를 접어든 여성들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젊고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통해 그러한 지난 모습들을 모두 잃어버린 그녀의 모습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년 여성들의 공허함과 쓸쓸함을 너무나 잘 표현한 캐릭터였습니다.


 배우 나문희 씨가 맡은 역은 희자의 둘도 없는 친구인 문정아입니다. 정아 역시 자신의 삶보다는 결혼 후, 남편을 향한 내조와 아이들 뒷바라지로 인생을 다 보내온 인물입니다. 시가댁의 모진 구박으로 힘든 결혼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빼앗긴 모습이 특히나 안타까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큰 딸의 불행한 결혼생활까지 보게 되며 엄마의 자리에서 그 아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을 보여줍니다. 늘 고된 하루하루에 지친 그녀를 잘 표현하는 것 역시 그녀의 의상입니다. 한 평생 예쁘게 꾸미고 살아온 시간이나 여유가 없던 그녀는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 바랜 트렌치코트 정도가 그녀를 대신합니다. 특히 정아는 촌스러운 펌이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가장 경제적인 헤어스타일이라는 뽀글이 펌을 통해 그녀의 팍팍한 삶을 더욱 디테일하게 잘 표현하면서도 멋없는 헤어 스타일링이 그녀의 지친 생활을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게 하였습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는 젊음과 늙음의 사이, 나이 들어감에 대한 수용, 부모와 자식, 사회적 편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중년과 노년에 접어드는 인생의 과정과 인생의 마지막만을 앞두고 삶의 마무리를 지어가는 삶을 다루며 한 번쯤 모두가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을 전달합니다.



어릴 때에는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찾습니다. '엄마'.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 우리가 가장 힘겨울 때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이름, 엄마. 늘 손만 뻗으면 그녀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의지했던 지난날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언제나 나보다 훨씬 큰 모습으로 나를 감싸안던 그녀의 모습이 언제부턴가 한 없이 작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엄마에게도 이 세상이 처음이고, 엄마라는 역할도 처음임을 왜 몰랐을까요. 5월이 되면 늘 생각하게 되지만 또 잊겠지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돌고 돌며 살아가기에 당신이 늘 그래 주셨듯이, 세상의 고통을 피해 나를 고요하고 따뜻한 당신의 품 속에 안아주셨듯이,
이제는 제가 당신을 감싸 안으며 살아갈 생각입니다.
감사한 당신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이 글을 받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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