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 무늬는 없지만 그런 장식이 없기에 더욱 매력적인
최근들어 아침저녁으로 차를 한 잔씩 마신다.
부쩍 추워진 가을과 겨울 그 사이의 날씨에 따뜻하게 속을 채워주니 든든하다.
더욱이 요즘 차의 매력적인 향과 맛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이 간다.
주변에서 받은 ‘오설록’ 차가 무척 맛이 좋아 두어달 정도의 양을 추가 구매했다.
피곤함과 카페인 중독을 위한 대량 커피 수혈을 위해 구입한 텀블러에 마셨다.
물 양 조절에 실패해 밍밍한 맛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쓰고 쌉사름한 커피에 비해서는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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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라도 잘 마셔보고 싶은 마음에 분위기도 내 보고자 찻 잔을 구매했다.
크기가 적당하고, 현련한 무늬가 없이 담백해 질리지 않고, 뜨거워도 잡을 수 있는 손잡이 달린 잔을 찾았다.
이틀 후에 도착한 컵은 택배 상자의 ‘던지지 마시오’라는 문구에서부터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찻잔은 꽤 매력적이었다.
순백의 컵은 뭔가 한번 떨어트리면 바스라질 것 같은 균열의 무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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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을 닦아주며 학창시절 별명이 떠올랐다.
나는 매사 진지하고 재미없는(사실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해 선비라고 불렸다.
그런 별명을 들으며 조금은 재미난 사람이 되고자 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이제는 그냥 선비로 살기로 했다.
휘황찬란 무늬는 없지만 그런 장식이 없기에 더욱 매력적인
담백한 나의 첫 찻잔처럼,
맛 좋은 차를 오래도록 담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소소하지만 오래가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