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2014)
책을 덮는다.
손을 얹는다, 표지는 별 것 없다.
열감을 느낀다, 차갑고 네모난 책.
이 열감,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흘린 피다.
소년은 오지 않았다.
새벽 5시 20분, 열감이 채 가시지 않았다.
5월의 광주를 찾는다.
차분하고, 평이한, 눈 내리는 12월 보통의 도시.
방금 전까지 사람이 죽었는데,
이질적이다.
맞다, 2025년 12월 25일의 광주구나.
오전 10시 30분, 야속하게 설레는 마음을 누른다.
남동성당은 생각보다 일상적이다.
순례보다는 성탄미사에 가깝다.
세례식을 하며 신자의 탄생을 축복한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죽었는데,
그 분은 여전히 과묵하시다.
오후 3시 40분, 전남대학교 도서관 앞은 한산하다.
여기서 다 모이기로 했는데,
아저씨가 밝은 얼굴로 말을 건넨다, 광주에서의 유일한 대화.
기운이 좋아보인다, 척 지고 살지 않는 법을 알려주겠다.
괜찮아요.
1980년 5월 광주의 청년들은 기운이 좋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척지려 하지 않는다.
비슷하지만 그러나 아니다,
사이비,
2025년의 아저씨는 사이비.
오후 17시 30분, 폐관 30분전이다.
망월동 묘지에서 국립518민주묘지는 가깝다.
민주주의에 사는 마음은 당연한듯 멀리 돌아왔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천원의 국화.
1부터 2,000까지의 작지만 큰 감사를 담았다.
이불을 덮는다.
손을 얹는다, 콩닥거리는 별거 없는 박동이다.
열감을 느낀다, 따뜻하고 둥근 마음.
이 마음, 2025년 12월 25일 광주에서 받아왔다.
소년은 오지 않았다.
다만,
어린 새는 온다.
차분하고, 평이한, 눈 내리는 12월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