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제조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무슨 일인지 알고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제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제조업은 무엇인지 본인에게 물음을 던져보고 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합니다. 한국인이 모르는 단어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곳인 네이버에 제조업을 물어보았습니다.
친절하게 두산백과에서는 “각종 원료를 가공 제조하는 공업 / 제 1차 산업에서 생산된 원료를 가공하는 제 2차적 생산을 수행하는 산업”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세부 정의는 사람마다 그리고 만들고자하는 제품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제 제조업의 뜻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실제 제조 창업에서는 제조업이 무엇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제조 창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다양한 유형의 창업자 분들이 계십니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적용되는 분야는 잘 알지 못하지만, 유통 쪽에 지인이나 네트워크 혹은 인사이트가 있어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혹은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과신하여 만들기만 하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심지어는 어떤 분은 일단 잘 모르겠지만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에 집중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런 분들께서는 주로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어떤 제조 분야에 속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을 공부해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어떤 제조 분야에 제품이 속하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부분들을 알지도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인터넷과 주변 사람들, 네트워킹 행사, 강연 및 수업들을 전전하게 됩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추상적인 과정이 아니라 이미 명확하게 모든 분야와 과정이 정해져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디자인, 기구/회로/기계설계, 목업(Mock-up), 금형, 사출 등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게 됩니다. 아마 앞으로 읽어가며 이해하시겠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의 시작점과 도착점은 비록 그 길이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멀고 험난합니다. 정해진 길이 쉽지 않은데, 방향조차 잡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면 비용과 시간만 소모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만든 제품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펫워시라는 강아지 샤워기입니다. 니플 – 소성가공, 버클 – 소성가공, 실리콘 – 금형사출의 영역에 있는 제품군입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속한 전문 기업들과 만나보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야 합니다. 만약 이 분야 자체를 모른다면 이해관계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커피 로스팅기를 만들고 싶어하셨던 클라이언트 분들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제가 3 개월 동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3 개월동안 제품을 실제적으로는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을 진행하셨던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제조업의 분야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능을 보고 싶은데, 어떤 과목으로 시험이 구성되는지도 모른다면 우리는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볼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닐 것입니다. 제품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제조 분야를 구체적으로 찾아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제조 분야에서 어떤 지식을 얻어야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 세부사항을 공부하고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그 시작에 있어서 먼저 아래의 질문을 던지셔야합니다.
”나는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
“그 제품은 어떤 제조 분야를 거쳐야 만들 수 있을까?”
방금까지 제조 분야를 이해하고 그 제조 분야에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지식을 알아야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제조 분야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제조의 과정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다양한 제조 분야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제조 분야마다 필수적으로 필요한 제조 과정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조는 정답이 있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은 유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제품의 제조 과정은 제품에 따라 달라지지만 예시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 제품의 제조 과정은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예시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 제조 분야가 관여된 제품을 만들게 되면 더욱 복잡해진다는 것입니다. 예시를 통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자전거의 예시입니다.
자전거 안장은 가죽이고, 프레임은 철제입니다. 압출과정을 거친 손잡이와 겉면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죠? 만약 온전한 하나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제품의 부품을만드는 모든 제조 과정을 이해해야하고 각 과정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인력 등의 리소스를 써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기성품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전거 안장, 타이어 등과 같은 것들은 기존에 만든 제품이 존재합니다. 프레임과 페달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기성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프레임, 페달, 자전거 안장 그리고 타이어와 같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어야 자전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각 부품 중 하나만만드는 데에도 적지 않은 리소스가 소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리소스가 충분하다고 해도 하나의 자전거 안장을 만들기 위해 그 제조 과정을 거치고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자전거의 각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의 제조 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경우, 각 부품을 제작하는데 복잡하고 생소한 여러 제조 과정들을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디자인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분야가 매우 다양해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외부는 플라스틱이고 외부에는 금속 포인트가 존재하고, 측면에는 고무, 내부에는 회로가 들어간다고 하면, 이런 다양한 제조 분야가 쓰이게 되면 제품 생산 난이도가 매우 올라가게 됩니다. 직접 모든 것을 만들 가능성도 낮아지게 됩니다. 다양한 제조 분야와 제조 과정이 필요할수록 용역을 사용해야하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부분의 경우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경우 각 과정마다 전문가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들을 관리하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체크하고 테스트를 기획하는 등의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야를 한정 짓고 타협을 해야합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