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창업자 분들이 하시는 대표적인 착각은 의뢰를 하면 한 번에 양산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착각입니다. 한 번 우리가 2 장까지 읽으면서 알게된 내용들을 생각해봅시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조 분야를 거쳐야합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제조 분야마다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이제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제품에 필요한 제조 과정을 명확하게 알고 계신가요?
2. 제품에 필요한 제조 과정을 모두 거쳐야 제품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그 모든 과정을 커버하실 수 있으신가요?
3. 용역을 의뢰한다고 했을때, 각 분야별 전문 용역사들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으신가요?
만약 위 질문들에 대해 하나라도 자신있게 답하지 못하신다면, 한 번에 제품을 양산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만약 세가지 질문에 모두 자신있게 대답하셨더라도 다른 놓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보시고, 꼭 계약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Follow-up계약을 걸어놓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운이 좋아서 좋은 ODM 개발사와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서 제품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조에 성공한 제조창업자 분들께서 이러한 루트를 거치십니다. 하지만 이게 올바른 길일까요? 이상적인 방향은 당연히 시행착오와 리소스의 낭비없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답지가 있는 어려운 수학문제와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제조의 두가지 특성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첫번째, 제조는 실물을 통해서 테스트를 진행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강아지 실리콘 샤워기를 만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용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릅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립을 하는 것이 어려워서 조립을 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 조립 비용이 오른다거나, 조립을 정확하게 진행했는데 물이 샌다거나 하는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테스트 기획을 아무리 면밀하게 진행하더라도 변수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레시피를 아무리 자세하고 정교하게 썼다고 하더라도 음식이 항상 같은 맛이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제조창업자 분들은 테스트와 테스트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거나 가볍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의뢰를 하고 결과물이 나오면 그 때부터 받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시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두번째, 제조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다르게 그 과정이 불가역적이라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제작하고 QA 과정을 거쳐서 수정을 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의 차이는 소프트웨어와 그 구조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프트웨어의 개발 과정은 가역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조는 실물을 생산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양산 과정을 시작하고 금형을 생각하게되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금형을 수정하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금형은 한 번에 파야하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진행하다보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형은 고치면 누더기가 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다음 예시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예전에 필자에게 찾아오신 그릴을 만들고 싶으신 클라이언트 분이 계셨습니다. 운이 좋게도 펀딩을 통해 자금을 가지고 있었고 바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처음에 금형은 8000 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금형을 만들어보니 이곳저곳에서 불량이 생겼습니다. 금형업체에게 물어보니 기구설계가 문제라고 하고, 기구설계자는 금형업체가 문제라고 합니다. 기구설계자가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도리상 미안하다는 의미로 용역비는 돌려주었습니다. 그 때 기구설계의 용역비는 800 만원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클라이언트 분은 금형을 고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처음 수정은 2000 만원이었으나 계속 추가적인 오류가 발생했고 결국에 금형은 누더기가 되어 새롭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총 8 개월이 걸렸고 금형 생산비만 총 3 억 5000 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사례로 설명을 드렸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경영학을 배우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영학에는 매몰비용이라는 용어가 존재합니다. 이미 사용이 된 비용은 아깝습니다. 쓰인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에 돈을 쓰게된다면 이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합니다.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처럼 금형은 고쳐서 쓴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개발 전략이 필요할까요?
필자는 2 단계 양산 전략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저희 볼트앤너트에서 컨설팅 진행시 제공해드리는 양산 전략 보고서의 일부입니다. 첫번째는 1 단계 시제품 개발 및 테스트입니다. 시제품에는 돈을 많이 써서는 안됩니다. 제품에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시제품에서 디자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핵심 기술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자인은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회로의 기능이 중요하다면 회로에 집중해서 개발하고, 제품의 동작이 중요하다면 기구설계와 기계설계에 집중해서 개발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하셔야 합니다. 시제품을 제작하시기 전과 더불어 테스트를 진행하실 때에도 최대한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 질문하고 의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결과물과 실물을 통해서 테스트를 기획할 수 있고 본인의 지식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개발의 실패를 줄이고 성공으로 이끄는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그 때 앞선 장들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시고 본인이 과연 2 단계에 돌입할 정도로 제품의 제조 분야와 과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만약 ‘이 정도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스친다면 조금 더 테스트와 고찰을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이제는 더 할 것이 없다. 모든 것을 해봤고 이게 안되면 이건 안 되는거다’라는 생각이 들면 2 단계 양산 제품 개발로 돌입하셔도 충분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단계를 통해서 얻어낸 제품의 기능 명세, 필요 부품, 테스트, 기획, 생산 전략 등을 기반으로 두번째 단계인 양산 제품 개발을 수행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1 단계를 통해서 이러한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책을 완독하셨을때 모든 물음표를 지우실 수 있도록 열심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만 기억해주십시오. 한 번에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