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볼트앤너트 Oct 24. 2021

<제 2장>외주용역은 외주용역이다

 1 장을 통해서 제조 분야와 과정을 알고 제품에 맞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예시를 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품을 만드는 제조 과정 각 단계마다 사람이 붙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창업자가 자체적으로 모두 만들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외주용역을 하게 됩니다. 제조 지식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기 때문에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주용역에 대해서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외주용역을 외주용역 업체가 밥상을 다 차린 후 숟가락으로 퍼서 입 앞까지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착각하십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지불했으면 그냥 완제품을 만들어줘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닙니다. 외주용역을 진행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제품이 아니라 남의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기획한 창업자와 같은 몰입도가 없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100%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달을 받고 이해를 하는 것도 매우 힘듭니다. 용역을 진행하는 분들이 해주시는 것은 그저 요구사항대로 제작하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창업자께서 외주용역을 진행해주시는 분께 제품에 필요한 모든 내용과 목적 그리고 의도 등을 전부 전달 드려야합니다.


 하지만 과연 창업자께서 제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외주용역을 진행해주시는 분께 100%를 전달해드릴 수 있을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외주용역의 주체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클라이언트가 와서 돈을 주고 의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본인이 의뢰를 받은 제품을 제작해야하는 입장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제품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모르는 것 같지만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주요기능은 어떠하고 배터리는 오래 써야한다 등과 같이 말씀하셨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용역을 해야하는 본인 입장에서는 “아, 클라이언트님 제품을 의뢰하실 때 이렇게 정성적으로 의뢰하시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서 필수적으로 구현되어야하는 주요기능과 상황에 따라 추가가 되었으면 하는 세부기능 등을 전달해주셔야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전달해주신 부분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의 10%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00을 전달해주시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배터리의 출력전압은 얼마인지, 지속시간은 얼마인지, 제품을 사용하는 온도와 환경은 어떻고, 충전 속도는 얼마나 빨라야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해주셔야합니다.”라고 친절하게 말씀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품을 제대로 100%를 만들거나, 요구받은 것의 10% 정도의 제품만을 만들거나 받게되는 의뢰비용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위 예시와 같이 이야기하게되면 두 배 이상의 리소스를 소모하게 됩니다. 본인은 어떻게 진행하실 건가요? 물론 투철한 직업정신과 신념에 따라서 위와 같이 친절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런 경우는 주로 이 고객이 정말 진성고객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그렇게 진행을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 수의 제조 용역사들은 제조 창업자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된 말로 한 번 하고 치운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제조 창업자는 여행자입니다. 용역사들은 여행지의 식당입니다. 여행자는 한 번만 여행지를 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물론 두 세번 방문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평균적으로 한 번일 것입니다. 식당의 서비스가 좋지 않고 음식이 잘못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여행자는 욕을 하며 떠났습니다. 그러나그 여행자는 온라인에 리뷰를 달거나 이러한 내용을 애써서 온라인에 알리기보다는 혼자 생각하고 지나갔습니다. 가끔 식당 이름을 들으면 지인에게 가지말라고 말하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여행자들은 위 여행자처럼 그 식당에 계속 방문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것이 일반적으로 제조용역업체가 제조창업자들을 대하는 분위기라고 느낍니다. 과연 제조업체가 나쁜 것일까요? 물론 누가봐도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손에 꼽을만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비지니스적 관점에서는 제조업체들은 리소스가 한정되어있고, 집중해야할 단골 고객들이 있으면 단골 고객을 챙겨야합니다. 한 번 가볍게 지나가는 여행자를 위해서 특별하게 열심히해야할 이유가 없는 입장인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도 외주용역을 ‘돈주고 맡기면 만들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1 년의 시간과 3000 만원의 비용을 날렸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외주용역은 정말 외주용역입니다. 회사 내부에 있는 개발팀이 아닙니다.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계속 다시 작성하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려준 그대로 정말 충실하게 제작을 진행할 것입니다. 업체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자세히 알려드려야할까요? 제품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외주용역에 관한 내용을 설명했을 때 우리의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제품이, 아무것도 모르고 방금 막 설명을 들은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제품과 일치해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제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이 오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 01화 <제 1장>제조 분야와 제조 과정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