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5~6일차 일정 완료

오늘 집에 와서 2시간을 잤다. 피로가 안 쌓였다고 느꼈는데 쌓이긴 했나 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매 영화제가 그렇다. 끝나면 이상하다. 마치 즐거운 꿈을 꾸었다가 깨어났는데 그 꿈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꿈이라 우울한 기분이다. 뭐 이러다 내년 또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때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사는 건 나를 위해 버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날 챙겨주지 않는다. 내가 알아서 버티고 이겨내며 나 자신을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쓸모있고 함께 있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7월 2일에 드디어 인터뷰 기사가 통과가 되었다. 사진 문제로 말도 탈도 많았지만 결국 기사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기사화 된 시기가 하필 아베 총리가 경제 보복을 언급해 한일 양국 관계가 싸해진 시점이라..... 이 인터뷰 기사가 아마 다음 메인에 떴었나 보다. 다음 기사에 댓글이 네이버 보다 많은 적이 드문데 이상하게 이 기사는 다음이 댓글이 더 많아서 읽어보니 메인 이야기가 있는 댓글이 보였다. 여기에 댓글이 진심.... 욕 도배다. 네이버는 그린일베, 네일베라는 말로 유명할 만큼 기사 댓글이 일베식 댓글로 판을 치지만 영화 기사 자체는 댓글이 심한 건 드물다.


그리고 달려 있어도 '풋'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정도다. 그런데 다음은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일침이랍시고 강하게 말하는 댓글이 정말 많다. 영화댓글에도 별 이유 없이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릴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댓글이 강하게 달렸다. 물론 제목이 이를 유도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제목을 내가 뽑는 게 아니라 데스크에서 뽑았는데(오마이뉴스는 대부분의 기자가 시민기자이다 보니 정기자로 구성된 데스크의 힘이 강한 언론사이다.) "한국영화에도 출연하고파"라는 문구가 있었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언급이 있었으니 말이다. 평소 같으면 문제가 없었을 문구였지만 하필 양국 관계가 싸늘할 때 이런 문구가 딱 등장하였고 물어 뜯기 좋은 먹잇감을 제공해 주었다. 아마 기사가 조금 더 빨리 올라갔다면 이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개인적으로 인터뷰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배우라 그런지 안 좋은 댓글이 있어서 아쉽다. 참고로 모리타 스즈카 배우분은 과거 아이돌링!!!이라는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당시 인기가 꽤나 좋았던 아이돌이다.(국내에서도 AKB48이었으면 더 큰 인기를 얻었을 멤버인데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만큼 뛰어난 미모와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보니 주먹 만한 얼굴에 눈이 큰데 이목구비가 다 들어가 있어서 놀랐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49928


다섯 째 날은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인 날이었다. <다이엘 이즌 리얼>, <팡파레>, <데드 돈 다이> 세 편 다 기대작이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드 돈 다이>를 제외하고 두 편은 아쉬웠다. <팡파레>의 경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어울리는 '악몽'의 느낌은 좋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다양성영화 특유의 과한 캐릭터 설정과 이를 설득력 있게 담아내지 못하는 구성이 눈에 거슬렸다. 또 긴장감 구성의 경우도 스릴러를 만들어 온 감독이 아니기에 부족한 면이 두드러졌다. <다니엘 이즌 리얼>은.... 딱 과거 시네마TV에서 방영해 줄 법한 10대 공포영화 보는 기분이었다.


<데드 돈 다이>는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는데 아는 분께 커뮤니티 평을 들어보니 부정적인 평이 많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좀비물의 재미를 기대하고 오신 관객분들은 실망이 크셨을 것이다. 짐 자무쉬를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는데 그게 아닌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이 큰 게 당연할 만큼 공포나 스릴감은 담겨 있지 않다.


여섯 째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11시에 가네코 슈스케 감독님과 인터뷰가 잡혔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가서 호텔 카페가 문도 열지 않은 상태로 일단 들어가 앉았다. 뒤에서 홍보팀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감독님이 인터뷰 요청을 하나도 수락하지 않아서 안 하시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부 수락해 당황했다고...... 나도 당황했다. 당황할 일은 하나 더 있었다. 질문을 16개 정도 준비해 갔는데 6~7개 정도 밖에 하지 못하였다. 감독님이 정말 정말 정말 말이 많으시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대답을 하신다. 이 대답을 통역 분이 통역해 주시는데 통역이 끝나면 재빨리 다시 대답을 이어가신다. 그리고 다시 통역을 하다 끝나면 또 재빨리 다시 대답을 이어가신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이에 대한 답이 3문단이 되어 나온다. 물론 인터뷰에서 답을 길게 해주시면 좋다. 문제는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이 50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괴수영화에 대한 질문만 집중적으로 하고 인터뷰가 끝이 났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상대가 보이는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하, 겨우 끝났네'라는 반응, 두 번째는 '뭐야? 벌써 끝났어?'하는 반응이다. 가네코 슈스케 감독님은 인터뷰가 끝나고 인사를 하자 표정부터 반응이 후자였다. 이 분을 인터뷰하기 전에 국내에서 <가메라>를 처음 상영했을 때 가졌던 인터뷰 글을 본 적이 있다. 이때 인터뷰 관련 글이 너무 길어서 오랜 시간 인터뷰를 했나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말씀이 많으셔서 분량이 길었구나 라는 생각이 인터뷰를 끝낸 뒤에 들었다.


2시 영화로는 <사다코>를 순전히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팬심으로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재미가 정말 없었다. 안 무서워도 이리 안 무서울 수가 있나. 이번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특징은 작품 간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기대작들은 생각보다 별로였던 반면 아주 재미가 없는 작품도 없었다.


<사다코>를 보고 프레스룸에 갔는데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대표와 만났다.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참석을 안 한 줄 알았는데 며칠 전부터 영화제에 참석하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역시 대표라는 점과 어린 나이부터 이쪽에 경력이 많다는 점 때문인지 이번 영화제에서도 맹활약(?) 중이었다. 확실히 씨네리와인드는 더 클 확률이 있는 신문사라 생각한다. 지향하는 방향성도 내 마음에 든다.


내일은 <이누가미 일족> 한 편만 보고 집에 올 예정이다. 이 영화가 4시간 짜리라 사실상 2편을 보는 것과 같다. 이 작품을 보고 <나이트메어 시네마>만 보면 이번 영화제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들은 다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온다>가 너무 기대 이하여서 이번에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다. 제발 <이누가미 일족>이 깊은 인상을 남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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