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준다고 ‘나’를 사는 게 아닙니다

소유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


한 커뮤니티에서 어떤 책의 일부를 발췌한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자신은 면접을 할 때면 그 사람에게 당신의 가치를 모르니 일을 안 받고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답니다.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이렇게 답한다고 하죠. 일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적어도 3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오히려 돈을 내고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돈도 받고 싶고 일도 배우고 싶어 하면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 말입니다.


이 내용은 행상으로 시작해 연 매출 400억 원대의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시킨 한 업체의 대표가 쓴 자서전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의 말에 무조건 동의하고 따르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이 내용을 읽고 몇몇 분들은 옳은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그만큼 돈은 사람을 작게 만듭니다. ‘과연 내가 이 돈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죠. 그리고 강한 소유욕을 지닌 사람은 끝없이 그 점을 파고 듭니다.


첫 면접을 보았을 때 그곳 대표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니 자기가 보기에는 아니라며 온갖 설교를 늘어놨습니다. 그 면접에 붙기는 했지만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장에 들어간 후에 어떻게 대할지 빤히 보였기 때문이죠. 돈을 준다는 이유로 마치 자신이 주인인 거처럼 행동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내가 너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참고 따르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 내 앞길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에는 대상이나 물건을 소유한 사람이란 뜻과 집안이나 단체를 책임감 있게 이끌어 가는 사람이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만약 후자의 뜻이 강하다면 내 인생을 걸고 믿고 따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자의 의미가 강하다면 주인은 소유에만 의미를 둡니다.


그 대상을 지니고 자기 마음대로 부리다가 필요가 없다 생각하면 버리는 겁니다. 사람도 물건이라 생각하고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주인은 소유물의 가치가 자신을 넘어서길 바라지 않습니다. 때문에 ‘나’를 사려고 하는 마음을 품은 이는 나를 이끌어 줄 수 없습니다. 그저 돈을 주고 나란 물건을 산 뒤 사용할 생각에 신이 나 있습니다. 이는 직장에서의 관계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아이돌 문화는 돈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성공시키기 위해 돈을 모아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콘서트에 참가하며, 유료상품을 구매합니다. 여기에 스트리밍에 커뮤니티 사이트에 홍보, 때로는 다른 팬덤과 댓글로 싸움까지 하다 보니 많은 돈과 시간을 아이돌에 소비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아이돌에 대해 자신이 쓴소리 좀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돌의 잘못된 행동을 욕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팬들은 아이돌 그룹을 소중히 여기며, 그룹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으며 사람이 변했다, 더는 팬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해명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는 건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아이돌에게는 팬들을 만나는 시간 역시 직장생활의 연장입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사소한 문제로 꼬투리를 잡거나 개인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돈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삶의 모든 방향을 회사중심으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돈을 이유로 판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연인 사이에도 잦은 만남은 피로를 유발하며 서로의 개인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는 염증을 유발합니다.


소유는 모든 욕구의 시발점입니다. 그 대상을 내 통제 안에 두고 싶어 하고 자신의 뜻대로 즐거움과 기쁨을 주길 원합니다. 그리고 통제란 울타리를 벗어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돈은 사슬이 되고 울타리가 됩니다. 때문에 돈 앞에서 사람은 불행합니다. 그보다 더 불행한 건 사람이 사람을 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돈의 욕망에서 벗어나란 소리가 아닙니다. 스스로의 가치에 값어치를 매기지 말라는 말입니다. 내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하는 순간, 난 돈이 아닌 그 값을 지불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소유가 되고 맙니다. 사람에게는 가치를 매길 수 없습니다. 돈으로 엮인 관계는 돈으로 풀어집니다. 그 매듭을 단단히 엮을 수 있는 건 서로를 향한 진심임을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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