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쓰디쓴 순간에도 견뎌야 한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 있습니다. 방송가에는 음식소품을 먹으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당시 클놈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방송에 출연하곤 했던 지상렬-염경환 콤비가 촬영이 끝나고 음식소품을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누가 하니 “괜찮아요, 더 떨어질 인기도 없어요.”라고 답했다고 하죠.
인생그래프는 항상 수직을 그리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아래로 뚝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내 인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집니다. 조급함에 이것저것 시도하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포기합니다. 음식점 주인이라면 가게 문을 닫고, 배우라면 이제 주연은 힘이 드니 조연급으로 자신을 낮춥니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해는 작년이라고 여겼습니다. 학업과 취업이 꼬였고, 학업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택한 학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수월하게 할 것이라 여겼던 대학원 졸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겁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였습니다. 매일 밤을 도서관에서 지새우며 노력했는데, 그 노력의 대가가 이런 거라니 라는 절망에 빠졌죠.
2020년에는 새롭게 시작하자고 다짐했지만, 제가 세웠던 계획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시행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지금 일하는 언론사 제휴 역시 제휴 심사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문제를 겪고 있죠. 작년이 최악이라 여겼는데 바닥 아래에 지하가 위치한 겁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치자면 반지하의 기택 가족이 최악이라 여겼는데 그보다 최악인 지하의 근세 가족과 마주한 충격에 직면한 겁니다.
이런 순간이 최근에 또 있었습니다. 블로그 운영에 있어서였죠. 이런 게 자랑할 거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때 저는 파워블로거였습니다. 여러 영화홍보사에서 시사회나 이벤트에 와 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파워블로거란 위치는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연락이 뚝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굳이 뽑자면 떨어진 조회수가 이유겠죠.
그러다 한 번 더 블로그를 키워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기자 일을 시작하면서 최신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 때문인지 네이버 메인에 자주 올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어떤 분이 도움을 주겠다며 코칭을 해주면서 블로그가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조회수가 엄청나게 오르게 된 거죠.
예상했던 대로 제의가 왔습니다. 전에 제의를 주셨던 분인데 이번에 공짜로 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에 돈을 주는 제의를 주겠다며 말이죠. 탐탁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온 제의라 향했습니다. 그분 말이 영화사에서 돈 자체가 나오지 않아 아는 분들만 초청했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간 순간 거짓말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유명한 영화유투버가 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음에 제의를 주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에 정성껏 메일을 보내니 온 답장은 ‘네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이후에 제의가 오지 않았습니다. 블로거가 커도 기존에 시사회 제의를 받는 블로거들이 많기에 의미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수입이라도 벌고자 했습니다. 방문객 수는 줄어들겠지만 9달 간 3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준다니 나쁘지 않은 거래라 여겼습니다. 예상대로 바이럴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방문객 수는 확 줄었습니다. 몇몇 이웃 분들은 이제 블로그를 팔았다는 생각에 방문도 안했죠.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생각했는데 지하가 나왔습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원고를 주지 않는 겁니다. 원고를 주지 않으니 원고료가 들어오지 않게 된 거죠. 핑계라고 하는 이유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수익보장과 블로그 보호를 해 줄 테니 계약을 맺자고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블로거를 묶어두고 조회수가 안 나오면 돈을 안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다른 블로거들이 바이럴 마케팅을 안 하는지 이유도 알게 되었고요.
그때서야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으면 그 바닥이라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최저 300명이 나오던 블로거 하루 방문객 수는 100명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천 명이 넘게 와도 제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제의를 받을 가능성조차 아예 사라진 겁니다.
아래로 떨어지고 올라가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보다 아래는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가진 걸 놓아버리면 더 아래로 떨어집니다. 불행이 다가올 때 이를 이겨내는 힘은 현재의 위치에서 버티는 겁니다. 땅을 밟고 있다면 다시 올라설 수 있지만, 지하로 떨어지면 흙을 뚫고 올라와야 합니다.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 이후 드라마, 영화, 심지어 가수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 장동건, 원빈 등 미남배우들 보다 더 여심을 사로잡았죠. 그렇게 계속 전성기가 이어질 줄 알았던 그에게 암흑기가 찾아옵니다. 잘 풀릴 때는 뭘 해도 됐는데, 안 풀리다 보니 뭘 해도 안 됩니다.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에 나와도 흥행을 못하는 일이 반복되었던 그는, 그럼에도 꾸준히 주연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이전처럼 흥행배우로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 선보일 수 있는 연기를 꾸준히 보여줬죠. 과한 이미지 변신보다는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코믹연기를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던 그는 2008년 <과속 스캔들>의 흥행 이후 다시 한 번 대세배우에 등극합니다. 예능 <1박 2일 시즌3>와 <라디오스타>를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더 알리게 됩니다. 일이 풀리지 않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여길 때,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누군가 당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다림의 순간은 길고 지칩니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게 만들죠. 하지만 상승의 순간은 언젠가 다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한 번 피고 지는 꽃은 없듯 스스로 뿌리를 뽑고 시들지 않는다면 다시 봄날은 찾아옵니다. 계절이 바뀔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면 햇빛은 다시 당신을 비춰줄 겁니다.